[사설] 당대표 뽑는 룰도 제대로 못 만든 집권당

[사설] 당대표 뽑는 룰도 제대로 못 만든 집권당

입력 2011-06-30 00:00
수정 2011-06-3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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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당대표를 뽑는 7·4 전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법원으로부터 개정 당헌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지난 7일 전국위원회에서 선거인단을 1만명에서 21만명으로 늘리고, 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30%로 하기로 한 새 당헌을 의결할 때 헌법 원칙과 정당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재적 위원 741명 중 164명만 참석했는데 이해봉 전국위원회 의장이 불참한 266명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며 새 당헌을 통과시키려 해 난장판이 됐다. 다음 날 신주류의 입김이 센 중진의원회의는 당헌 통과에 문제가 없다며 미봉했다. 후보 순회 유세 중 가처분 결정이 나오자 내년 대통령후보 경선의 유리한 환경에 집착한 신주류의 무리수가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대표를 뽑는 룰도 제대로 못 만드는 집권당이 국가 대사는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법원 결정 뒤의 대응도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다음 달 2일 재소집될 전국위원회가 과반 출석이라는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 과반 찬성이 가능할지도 아직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위는 과반 출석한 전례가 없다. 이해봉 의장은 전국위에서 위임장을 인정하지 않으면 다음 달 4일 전당대회에서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경우 구주류의 반발은 물론 비난 여론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나라당 측은 전국위에서 당헌 통과를 자신하고 있지만 자칫 7·4 전당대회가 한국 정당 사상 초유의 엉터리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숙고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실세들이 당무를 수수방관하는 것이 무엇보다 위험하다. 당 대표 후보자들도 사태 인식이 안이하다. 전대를 예정대로 치러도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 등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대 일정을 진행하는 도중 당헌을 개정하면 소급 입법 논란은 불문가지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일정을 늦추더라도 논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권과 대선후보 경선을 의식해 또 어물쩍 짜맞추면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2011-06-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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