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장도 개탄한 서울 강남경찰의 ‘요지경’

[사설] 청장도 개탄한 서울 강남경찰의 ‘요지경’

입력 2011-07-06 00:00
업데이트 2011-07-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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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강남 인근의 경찰서에 근무하면 명절에 안마시술소 등의 업소로부터 수천만원씩을 받는다는 얘기를 오래 전 들은 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남권 경찰서에서 5~7년 근무한 형사들을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는 인사를 이달부터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남 지역 경찰관들은 유혹을 외면하고 열심히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다고 반발하는 모양이다.

물론 강남 일대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 모두가 영화 ‘투 캅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형사들처럼 타락한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몇몇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그들이 경찰관으로서 법규를 준수하며 청렴하게 산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는 게 또 현실이다. 간담회 자리에서 조 청장은 투서 메일을 받고 감찰을 했더니 열흘 새 3명이 적발됐다고 공개했다. 강남서와 서초서의 형사들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200만~3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독직 경찰관에 관한 보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놓고 벌인 힘겨루기는 경찰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귀결됐다. 대통령령 제정이라는 절차를 남겨두긴 했지만 경찰의 수사권 확대라는 큰 틀은 이미 결정됐다. 따라서 경찰에게는 ‘타락한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그야말로 인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는, 그러면서 스스로 깨끗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이다. 경찰청장이 강남 경찰의 비리 실태를 직접 언급한 까닭은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조 청장의 인적 쇄신이 성공을 거둬 “강남에서 경찰 생활 몇년 하면 집 한 채가 생긴다.”는 비아냥이 더 이상은 회자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2011-07-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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