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우석 사태’의 교훈 벌써 잊은 건가

[사설] ‘황우석 사태’의 교훈 벌써 잊은 건가

입력 2012-12-06 00:00
수정 2012-12-0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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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대에서 또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 터졌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어제 “수의대 강수경 교수의 줄기세포 관련 논문 20편을 조사한 결과 17편이 위·변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06년 말, 세계적 망신거리가 된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당시 진실 규명을 촉구했던 소장파 학자 가운데 한 명이어서 더욱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황 교수 사태’의 교훈을 벌써 까맣게 잊은 건가. 대체 언제까지 이런 참담함을 느껴야 하는가.

강 교수는 2년 전에도 세계적 암(癌) 전문 학술지에 투고한 논문에서 조작이 밝혀져 진실성위원회로부터 문책을 받았다. 그런데도 조작했던 논문을 얼렁뚱땅 재탕해서 새 논문으로 탈바꿈시켰다니 그 강심장이 놀랍다. 진실성위원회의 조사를 받으면서 조작 혐의를 연구원·대학원생에게 떠넘기고 조사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학자의 양심이란 도무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진실성위원회는 황 교수와 수의학계의 경쟁자로 알려진 강경선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한다. 2007년에는 황 교수 사건에 연루됐던 이병천 교수가 ‘늑대 복제’ 논문의 오류로 물의를 빚었다. 이쯤 되면 수의대의 논문 조작은 관행으로 굳어진 듯하다.

우리나라가 논문 조작으로 주춤거리는 사이에 미국·유럽·일본의 줄기세포 연구 수준은 저만치 앞서가고, 세계 생명공학 시장을 90%나 점유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제대로 연구해서 따라잡을지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최선일 것 같다. 이번에 조작이 드러난 것을 두고 수의학계의 세력다툼이나 과도한 실적경쟁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학자로서 기본자세와 소양을 갖추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이다. 실력은 그 다음 문제다. 서울대는 논문 조작 교수들을 미련 없이 정리하고 젊은 연구진을 새로 육성하라.

2012-1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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