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시비 없도록 국가기록물 공개법 다듬길

[사설] 불법 시비 없도록 국가기록물 공개법 다듬길

입력 2013-06-28 00:00
수정 2013-06-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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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보관 중인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이기 때문에 비밀해제 절차를 거쳐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은 그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원본과 같은 것이므로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국가기록물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등이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이다. 또 하나는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이 생산한 공공기록물이다. 두 기록물의 각기 다른 공개기준을 어기고 내용을 누설했을 경우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차제에 불법 공개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공개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이지만, 민주당은 “대통령기록물이므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남 원장 등 7명을 고발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엇갈리지만, 국정원의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원본과 내용이 동일하다면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월 국정원의 대화록을 공공기록물로 해석했다.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국정원의 대화록은 만든 시기가 2008년 1월로 돼 있다. 이 시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로, 국정원이 어떤 경로를 통해 사본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욱이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대화록을 입수해서 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대선 때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공개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폭로했다. 사실 여부에 따라서는 불법 유출이 확인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기록물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우리는 확인했다. 우선 기록물 사본을 여러 부 만들어 유통되도록 방치하는 게 문제다. 또 기록을 아무나 열람해 누출시키는 행위를 제어할 장치도 딱히 없다. 남 원장이 절차에 따라 비밀을 해제했다지만 현행법을 보면 그 과정이 적법한지도 모호하다. 국가기밀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유사 사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비밀 해제 요건과 승인 절차를 더 꼼꼼히 다듬어야 한다. 기밀문서는 밖으로 새는 일이 없도록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국가기록물 지정과 공개를 결정하는 것도 개인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공정성이 담보되는 기구에 맡기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2013-06-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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