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능올림픽 18번째 우승, 고졸 우대 계기 되길

[사설] 기능올림픽 18번째 우승, 고졸 우대 계기 되길

입력 2013-07-09 00:00
수정 2013-07-0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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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18번째 정상에 올랐다. 7일(현지시간) 폐막한 이 대회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로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2위, 3위에 각각 오른 기술 강국 스위스와 타이완을 상당한 격차로 따돌렸다는 소식도 반가움을 더하게 한다. 한국은 2007년 일본, 2009년 캐나다, 2011년 런던 대회에 이어 4연패의 위업도 이루었다. ´타도 한국´을 외치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 세계 53개국, 1027명의 경쟁자를 물리친 젊은 기능인들의 쾌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우리의 기능올림픽 참가 역사는 산업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은 1967년 9개 직종, 9명의 선수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6회 대회에 처녀 출전했다. 가내수공업 수준이었지만, 솜씨만은 뛰어났던 당시 양복과 제화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전국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후 기계와 중화학 공업, 컴퓨터에 바탕한 제어계측 분야와 첨단 정보기술 분야로 범위를 크게 넓히면서 기술 한국의 이미지를 드높였다. 이번에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산업으로, 유럽의 아성이었던 제과 직종에서 처음 우승한 것도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기능올림픽 석권에도 불구하고, 기능인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우가 걸맞게 높아졌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기능인의 자부심이 산업 현장에서 실망감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조차 자부심을 접고 줄지어 대학으로 진로를 바꾸는 상황에서 실업계 고교 출신의 평범한 기능인이 직업 현장에서 느끼는 고뇌는 훨씬 클 것이다. 기능인력의 방황은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국민이 다양한 사회 체육을 즐기며 건강을 지키는 것을 원동력으로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나라가 진정한 스포츠 강국일 게다. 기능강국과 기능올림픽의 관계 또한 다르지 않다고 본다.

독일은 직업훈련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나라이다. 고교 수준의 직업교육만 받고도 대학 출신 못지않은 사회적 대우를 받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청년실업 해소 차원의 기능인력 양성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됐다고 한다. 한국 역시 이제는 기능올림픽을 기술을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고교의 직업교육 시스템을 찾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기능인이 자부심으로 산업현장을 지키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나라가 진정한 산업 선진국이다.

2013-07-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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