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워마드의 도 넘은 혐오, 어떤 차별도 해결 못한다

[사설] 워마드의 도 넘은 혐오, 어떤 차별도 해결 못한다

입력 2018-07-12 22:50
수정 2018-07-1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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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에서의 남성 혐오가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천주교의 성체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와 파문이 번진다. 예수의 몸을 상징하는 성체에다 빨간 펜으로 예수를 모독하는 욕설을 쓴 뒤 이를 불태우는 사진이다.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과 여성 사제를 두지 않는 남성 중심 교리를 정면으로 조롱하는 표시다. 익명의 인터넷 공간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몰상식적인 분노 행위를 일삼을 수 있는지 충격적이다.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뜻의 워마드는 그동안 과격한 남성 혐오 글로 자주 논란을 빚어 왔다. 흉측한 사진과 예수를 “꽃뱀”이라 언급한 비난 글까지 등장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게시자 처벌과 워마드 사이트 폐쇄를 촉구하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고 국제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핵심 교리를 모독한 사건인 만큼 바티칸 교황청에 공식 보고하는 절차를 실제로 진행 중이다. 문명사회의 상식으로 따지자면 이런 나라 망신이 또 없다.

성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논의는 어떤 순간에도 존중되고 지지받아 마땅하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불평등을 강요하는 사회는 더이상 방치할 수도 존속할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이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 가치와 공동선을 훼손한다면 동의를 얻기 어렵다. ‘미투 운동’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최근 불법촬영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일일 집회에 6만명이 모였던 것이 단적인 방증이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도를 바꿔 양성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요구와 시민들의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이런 분위기를 페미니즘 운동의 윤활유로 십분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성 평등은 어느 한쪽 성이 다른 한쪽을 증오해 쟁취하는 전리품이 아니다. 여성의 불편과 불이익을 강요하는 법과 제도의 손질이 시급하다. 하지만 무차별적 남성 혐오는 더이상 묵과될 수 없다. 혐오 사회의 불씨를 댕기는 도 넘은 개인의 일탈 행위들은 성평등 사회를 오히려 후퇴시킬 뿐이다. 익명에 숨어서 쏟아내는 폭력적 혐오 언행을 표현의 자유라며 보호할 수 없다.

2018-07-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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