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발 지소미아 잡음, 한일 대화에 방해될 뿐

[사설] 일본발 지소미아 잡음, 한일 대화에 방해될 뿐

입력 2019-11-25 23:58
수정 2019-11-26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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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이후 일본에서 들려오는 잡음들이 무척 귀에 거슬린다.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의 외무성·경제산업성 관리들이 지난 22일부터 언론을 통해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일본의 퍼펙트 게임”, “한국의 굴복”,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압박” 등 엄중한 한일 관계를 잊은 듯한 막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향후 논의할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는 물론 강제동원 배상 문제라는 큰 산을 넘기도 전에 일본이 쓸데없는 여론전을 전개해 한국 정부와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대화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점, 분명히 해 둔다.

한일 관계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으로 8월 22일 이전으로 잠시 돌아간 데 불과하다. 일본은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해 지소미아 결정을 되돌렸다거나 앞으로 남은 한일 간 현안에 대해 우위에 서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청와대가 ‘판정승’이라거나 일본이 ‘퍼펙트 게임’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서로의 흠을 들추는 것은 외교의 기본을 잊은 감정 싸움일 뿐 본격 대화를 앞둔 자세는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일본이 취한 반도체 3개 품목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국장급 협의가 아니더라도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 일본은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 이후 원고가 신청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선행적으로 경제 보복을 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한국이 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기로 한 만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옳다.

청와대가 어제 지소미아 관련 한일 합의를 왜곡 발표한 일본이 사죄했다고 밝힌 데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사죄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어렵사리 ‘지소미아 종료’라는 파도를 넘었는데 한일이 경위를 따지며 티격태격하는 것은 너무 소모적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중국 쓰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일 두 정상이 웃는 얼굴로 만나려면 할 일이 많다. 생산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한일이 언론플레이를 통한 잡음을 없애고 진지하게 마주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2019-11-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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