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과 근로시간 제대로 인정한 대법원

[사설] 초과 근로시간 제대로 인정한 대법원

입력 2020-01-23 16:22
수정 2020-01-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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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제 근로자 7명이 “근속수당 등 고정 임금들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 연장근로수당 등을 재산정해야 한다”며 대전의 한 버스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시간급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하라”며 대전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수당이 아닌 근로시간에 가산율을 적용하면 시간급 통상임금이 실제 가치보다 더 적게 산정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야간·연장 근로 1시간을 통상임금 계산 때 1.5시간으로 한다”는 2012년 판례를 뒤집는 것으로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방식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초과근무 수당도 10% 정도 상향되고 퇴직금 산정도 달라지는 등 통상임금 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기업은 근로자가 연장·야간 근무를 1시간 더 할 경우 1.5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계산,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 경우 전체 근로시간의 시간당 통상임금은 더 일하고도 오히려 줄어드는 모순에 빠져 있었다.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이 같은 모순을 바로잡고 불필요한 장시간 노동을 줄여 나가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도 평가받을 만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인건비 부담 상승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 기업들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2013년의 대법원 판결 때와 유사한 줄소송도 예상돼 기업엔 이중 삼중의 고통이다. 하지만 근로자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산물인 수당과 임금은 정당하게 평가되고 보호 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근로감독 등을 통해 주 52시간 근로제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기업도 기존 인력의 연장·초과근무 대신 신규 채용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2020-01-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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