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우리가 왔어요/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우리가 왔어요/탐조인·수의사

입력 2023-04-25 02:27
수정 2023-04-25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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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경기 고양시 개천가 나무에 앉은 물까치.
2020. 2. 경기 고양시 개천가 나무에 앉은 물까치.
베란다 밖으로 뭔가가 휙 지나간다. 검은 머리, 밝은 회색의 등, 하늘색의 긴 꼬리를 가진 예쁜 새 물까치다.

몇 년 전부터 물까치들이 우리 아파트에서 번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누가 여기서 번식할 생각을 시작했는지, 그래서 좋다고 소문이 났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원래 떼 지어 다니는 녀석들이니 누군가 하나라도 여기가 번식하기 괜찮다고 여겼다면 그 무리의 다른 녀석들도 정말 그런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동정을 살피기 마련이겠지. 그러다가 아파트의 에어컨 실외기와 베란다 창 사이 그 옹색한 공간에 물까치가 둥지를 만들었나 보다. 어떤 녀석은 아파트의 낮은 옥상과 상가 건물 옥상에 둥지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뱀 같은 천적을 피하는 방법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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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탐조인·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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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는 늘 마을 주변에 있는 텃새지만 계절마다 지내는 곳이 다르다. 겨울 동안에는 개천 옆 덤불 위 벚나무 주변에서 떼 지어 다니다가 겨울이 끝나 가면 어디서 번식하면 좋을지 알아보는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그러다가 일부는 맘에 드는 나무에 자리잡고 일부는 우리 아파트로 온다. 어느 집 실외기가 간택됐을까 궁금해하며 물까치들이 날아가는 방향을 살펴보지만, 경계를 하느라 한 번에 둥지로 들어가는 법이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는 베란다 안쪽에 있어 새들이 우리 집에서 번식할 일은 없다. 섭섭한 일이다. 그렇지만 물까치가 번식하는 그 집은 물까치 때문에 시끄러워서 싫어할지도 모른다. 동네의 개 한 마리가 짖으면 온 동네 개들이 같이 짖듯이 물까치 하나가 태엽 감는 듯한 소리를 내면 동네 물까치들이 모두 소란스러우니 말이다.

게다가 물까치는 성격도 매우 ‘까치스러’워서 새끼에게 손이라도 잘못 댔다가는 두고두고 앙갚음을 당한다. 바닥에 떨어진 새끼를 멋모르고 물고 간 고양이들은 부모새로부터 맹렬한 쪼임을 당한다. 그러니 어린 물까치가 바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꼭 필요할 때, 주변에서 꽤 오랜 시간 시끄러운 부모새가 보이지 않는 그때 구조하면 된다.

당분간 아파트 주변이 물까치 소리로 시끄럽겠지? 하지만 버찌가 익어 가면 서툰 날갯짓을 하는 어린 물까치들과 함께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 그때까지 실컷 봐 둬야지.
2023-04-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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