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외국인을 정당하게 대접해야 한다/엄성용 수출입은행 자카르타 사무소장

[글로벌 시대] 외국인을 정당하게 대접해야 한다/엄성용 수출입은행 자카르타 사무소장

입력 2015-03-15 17:52
수정 2015-03-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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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교민은 5만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인도네시아 투자유치청(BKPM) 기준으로 2200여개에 달한다. 오래전에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사업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은 주재원, 파견 등의 형태로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매년 체류 허가를 갱신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한국인 숫자도 2013년 약 32만명에 달할 정도여서 그만큼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인도네시아에 입국비자 또는 체류허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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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성용 수출입은행 자카르타 사무소장
엄성용 수출입은행 자카르타 사무소장
인도네시아는 크게 외교관, 공공기관, 일반 기업으로 구분해 장기 체류 허가를 부여하는데 모든 형태의 체류 허가는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이 같은 장기 체류허가 갱신은 1주일~1개월이면 마무리됐는데, 올 들어서는 이 기간이 상당히 늘어났거나 심지어 갱신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요즘 한국 기업들의 공무 담당자들은 소속된 한국 직원의 적법한 체류 허가를 문제 없이 갱신하는 게 소위 말하는 중요한 업무가 됐다.

앞으로 인도네시아로 파견을 나오는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 근로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어학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특정 직업군의 경우 예를 들면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담당자들은 인도네시아의 자체 리스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 해당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다. 기술직군의 경우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비자 발급을 거절한 사례까지도 있다고 한다.

올 들어서는 인도네시아 이민청 소속 직원들이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또는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지역에 불시 검문을 나가 적법한 체류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인을 체포해 구금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자주 단속을 나와 몇몇 한국인들이 실제로 구금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한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해 올해부터 입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발표하고서는 아직 전혀 시행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인도네시아 정부의 외국인에 대한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오히려 시작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으로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입장을 바꿔서 한국에 있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입장이 돼 본다면 어떨까 싶다. 우리가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 또는 대학 등에 유학을 와 있는 유학생들을 어떠한 시각으로 어떻게 대하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한국에는 5만여명의 인도네시아 근로자가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중 약 50%는 합법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 나머지 약 50%는 불법 형태로 노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고 같은 시각을 갖고 이들을 대하지 않았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가 글로벌화돼 누구라도 해외에 나갈 수 있고,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고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 주위에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차별 없이 정당한 대접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진정한 상호주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15-03-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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