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창]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대형마트 규제, 이젠 바꿀 때다/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공직자의 창]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대형마트 규제, 이젠 바꿀 때다/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입력 2024-01-23 00:06
수정 2024-01-2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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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12월 24일까지 자녀에게 줄 성탄 선물 준비를 미뤘던 아빠, 직장에서 돌아와 밤늦게 자녀의 안내장을 확인한 엄마, 냉장고에 내일 아침 먹을거리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지방 거주 청년…. 공통점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때문에 낭패를 경험한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그리고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해당사자가 합의하면 공휴일에 문을 열 수 있는데 지난해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가 시민 불편 해소를 최우선에 두고 이해당사자인 중소유통과 합의를 거쳐 의무휴업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꿨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형마트 평일 휴무로 소매업 매출이 19.8%, 전통시장 매출은 32.3% 증가했으며 소비자의 87.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여니 소비자도 만족하고 주변 상권도 살아났다.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도 올 초부터 일요일에 문을 열기로 했다. 대구처럼 소비자 편의 증진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범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하며 정부도 지자체장의 자율적 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새벽 배송이 일상화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직도 수도권과 대도시 인근을 제외하면 안 된다. 유통법은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금지하고 있고 쿠팡, 마켓컬리 등은 지방에 물류센터가 없어 새벽 배송을 못 한다. 그렇다면 지방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 청년 세대들은 쿠팡이 물류센터를 지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간단하게 전국 각지 대형마트가 새벽 배송을 하면 된다. 국회에 이를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2022년 12월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상인들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고 중소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형마트가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새벽 배송을 기다리는 지방 소비자의 불편만 계속되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다. 그동안 유통환경도 놀라울 만큼 바뀌었다. 온라인 쇼핑이 절대강자가 된 상황에서 퀵커머스, 온·오프라인 융합, 인공지능(AI) 활용 소비자 분석 등 최신 기법의 경연장이 유통시장이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당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국민 불편만 가중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골목상권 경쟁력 강화 패러다임은 전환돼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중소유통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풀필먼트(물류 일괄 처리)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지원을 해 왔다. 여기에 대형마트가 중소유통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탠다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대형마트 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도 각별히 신경 쓸 대목이다. 국민에게 편리한 소비생활을 보장하고 대중소 유통을 상생 발전시키는 업계·정부의 노력이 국회에서 결실을 보기를 기대한다.
2024-01-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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