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미의 인권에 동그라미] 정치운명공동체 회복을 꿈꾸며/디케 변호사

[김보라미의 인권에 동그라미] 정치운명공동체 회복을 꿈꾸며/디케 변호사

입력 2022-03-09 19:08
수정 2022-03-1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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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미 디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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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책보다는 막판까지도 진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녹취록과 치부를 드러내는 인신공격만을 기억에 남겼다.

‘MZ세대론’과 ‘페미니즘’도 기억에 남는다. MZ세대론은 인구집단의 실체와 무관하게 후보의 주장을 포장하기 위해 악용됐다. M과 Z는 하나의 세대로 묶기에 적당하지 않은 인구집단이다. M세대는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출생한 인구집단을, 1996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는 인류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인구집단을 의미한다.

즉 40대부터 10대까지 포괄하는 MZ세대는 살아온 경험과 과정을 공통의 정책적 가치로 묶기가 쉽지 않은 데다 하나의 지향점으로 단순화해 설명하기도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 계급, 지역, 학벌 등 현대사회에서 다양화된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야 했던 대선 기간의 정책 논의들은 사라지고, MZ세대론으로 대체됐다.

선거 기간 페미니즘에 대한 전면적 거부와 낙인찍기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 차별을 인식하고, 이런 차별을 철폐하며,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권리를 확립해 온 것은 국제적으로도 다툴 수 없는 사실이다. 부끄럽게도 이번 선거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이미 확립된 중요한 가치들이 뉘앙스만 꺼내도 낙인찍기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차별금지법 논의는 거대 양당의 대선 의제에서 의도적으로 회피됐다. 집권 여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망언을 만들어 내 그간 분노를 유발하더니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여성의 날에 야당 후보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시민들이 수준 높은 정치적 식견을 보여 주며, 탄핵을 주도했던 나라가 어찌 이리 됐을까. 정치는 5년 전으로 퇴행하는 중이다. 이번 선거에 대해 비호감 선거란 평가가 나오는 것은 시민들의 높은 정치적 의식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준웅 교수는 저서 ‘말과 권력’에서 정치운명공동체를 “최소한 두 가닥 이상 얽혀야 운명이 된다. 홀로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을 운명이라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보면 공동체의 운명이란 공동체를 구성하는 여러 가닥들이 모여서 하나의 집합적 흐름을 만드는 일이면서 동시에 다른 공동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더 큰 시대의 흐름을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또는 편리하게 보이는 사회적 구조로만 정치운명공동체를 운영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개인들에게는 억압과 차별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소수자이거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억압과 차별은 쉽게 무시되거나 왜곡될 수 있지만, 선거만큼은 이런 시민들에게도 힘을 주는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했다.

대선 이후 우리의 정치운명공동체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선거가 끝났으니 그간의 부조리한 낙인찍기와 배제는 멈춰야 한다. 또한 듣지 않으려 외면했던 목소리를 다시 살려 내는 것도 필요하다.
2022-03-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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