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대도호부 관아 구역 내에 있는 조선시대 지방 수령의 집무처인 칠사당. 칠사당은 수직의 요소에 회랑이라는 수평 요소를 붙여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민의를 수렴하는 공적인 공간이 가지는 엄정한 자세를 드러낸다. 국가유산청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1/SSC_20250211235136_O2.jpg.webp)
국가유산청 제공
![강릉대도호부 관아 구역 내에 있는 조선시대 지방 수령의 집무처인 칠사당. 칠사당은 수직의 요소에 회랑이라는 수평 요소를 붙여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민의를 수렴하는 공적인 공간이 가지는 엄정한 자세를 드러낸다. 국가유산청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1/SSC_20250211235136_O2.jpg.webp)
강릉대도호부 관아 구역 내에 있는 조선시대 지방 수령의 집무처인 칠사당. 칠사당은 수직의 요소에 회랑이라는 수평 요소를 붙여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민의를 수렴하는 공적인 공간이 가지는 엄정한 자세를 드러낸다.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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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록집 ‘용재총화’를 쓴 성현은 조선 세조 대에 태어나 성종과 연산군 대에 활동하며 공조·예조판서 등을 역임했던 당대의 풍류객이었다. 그는 자신이 만났던 사람과 풍경 그리고 당시 사회의 모습을 마치 옆에서 수다를 떨 듯 재미있고 방대하게 엮어 놓았다.
자세한 기록이 드문 한양의 관청과 그 공간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는데 특히 예조 청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예조는 광화문 쪽을 봤을 때 서쪽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자리였다고 한다.
“육조에서 예조가 가장 아름답다 하겠다. 비록 큰일을 만나면 몹시 바빠서 틈이 없으나 일이 끝나면 항상 한가로웠다. 일본, 여진의 사신을 접대할 때는 당상관 세 사람이 모두 무늬 있는 예복을 입었고, 예빈시는 연회를 베풀었으며, 악관들은 연주를 했다.”
![강릉대도호부 관아 구역 내에 있는 조선시대 지방 수령의 집무처인 칠사당을 받치고 있는 하부 누마루의 모습. 일어선 동물의 발처럼 강인해 보인다. 국가유산청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1/SSC_20250211235200_O2.jpg.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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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대도호부 관아 구역 내에 있는 조선시대 지방 수령의 집무처인 칠사당을 받치고 있는 하부 누마루의 모습. 일어선 동물의 발처럼 강인해 보인다. 국가유산청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1/SSC_20250211235200_O2.jpg.webp)
강릉대도호부 관아 구역 내에 있는 조선시대 지방 수령의 집무처인 칠사당을 받치고 있는 하부 누마루의 모습. 일어선 동물의 발처럼 강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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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조 청사가 화려했던 것은 군무를 통할하는 삼군부 터였기 때문이다. 조선 초 정도전이 “정부와 군부는 일체”라며 광화문 동쪽 의정부에 비할 만큼 만들다 보니 다른 관부보다 웅장해진 것이다. 이후 삼군부를 폐지하고 중추원을 뒀다가 오례를 관장하고 다른 나라의 사신을 접대하는 곳으로서의 임무가 중하다고 해서 예조로 바꿨다.
서울 옛 지도를 보면 광화문 앞 큰길 좌우로 의정부, 예조, 형조 등 정부 관리들의 집무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의금부는 종로1가에 있었고 대궐에서 쓰는 여러 가지 식품, 직조와 연회 등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내자시는 내자동에, 왕실의 쌀·베·잡화 및 노비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던 내수사는 내수동에, 정치 문제에 관해 논하는 언론기관의 역할을 담당하던 사간원은 사간동에 있었다. 즉, 지금 동네의 이름이 당시 있었던 관청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관청 자리는 시대별로 변화한다. 가령 도화서는 지금의 조계사 근처에 있다가 왕실에 건물을 내주며 을지로1가 페럼타워 자리로 옮겼음을 시대가 다른 지도를 비교하며 알게 된다.
서울은 그렇게 관청이 사대문 안에 두루 펼쳐져 있었는데 지방의 경우는 어땠을까. 사극에서는 동헌에 고을 수령이 앉아 있고 그 주변에서 이방·호방 등이 조아리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방영한 ‘옥씨부인전’에서는 지금의 변호사 격인 외지부라는 생소한 직함이 등장해 관찰사 앞에서 현감의 잘못을 따지거나 억울한 백성을 위해 법 조항을 들며 적극적인 변호를 하는 모습이 나와 무척 인기를 끌기도 했다.
조선은 군현제도에 입각해 전국을 8도로 나누고 그 밑에 부·대도호부·목·도호부·군·현 등을 구성했다. 관찰사가 집무하던 관아를 ‘감영’으로, 목사·부사·군수·현령·현감 등 크고 작은 각 읍의 수령이 근무하던 관아를 ‘동헌’으로 불렀다. 각 관아에는 객사라는 숙박시설도 따로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중앙에서 파견된 사신들이 이용하던 것이었다. 객사는 본전에 왕을 상징하는 ‘전’(殿)이나 ‘궐’(闕) 같은 글자를 두고 정기적으로 궁궐을 향해 절하는 망궐례 의식을 거행하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했다.
![객사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는 강릉 임영관삼문은 배흘림 기둥과 주심포 형식이 웅장한 고려시대 건축물이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1/SSC_20250211235206_O2.jpg.webp)
![객사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는 강릉 임영관삼문은 배흘림 기둥과 주심포 형식이 웅장한 고려시대 건축물이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11/SSC_20250211235206_O2.jpg.webp)
객사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는 강릉 임영관삼문은 배흘림 기둥과 주심포 형식이 웅장한 고려시대 건축물이다.
강릉은 도호부가 설치됐던 유서 깊은 도시다. 영동 지역의 중심이었고 향교와 많은 시설 등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제 모습이 남은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강릉 ‘임영관 삼문’(객사문)은 강릉 객사로 들어가는 문이다. 배흘림기둥과 주심포 형식이 웅장하며 전국에 몇 남지 않은 고려 시대 건축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유적이다. 예전 객사와 동헌 등을 복원하며 새롭게 단장된 건물들 사이에서 그간의 풍상을 지그시 눈을 감고 회상하는 현자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앞 도로변에는 ‘칠사당’이라는 건물이 있다. 지방 수령의 업무 공간인데 우리가 아는 동헌과는 좀 다르다. 복원된 동헌은 대외적인 행사와 재판 등을 관장하던 외동헌이라 볼 수 있는데, 칠사당은 평소 일반적 행정업무를 수행하던 장소다. ‘칠사’란 지방 수령이 수행해야 할 일곱 가지 업무를 말한다.
얼마 전 칠사당과 객사문을 보기 위해 강릉에 다녀왔다. 새로 복원해 찌르는 듯한 단청의 색조를 띠고 있는 영역을 지나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담인 방화장으로 행랑이 길게 이어지는 대갓집 같은 느낌의 솟을대문에 들어섰다. 커다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나란히 서 있었고 높게 솟은 누마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부가 드러나는 필로티 형식의 누마루는 정면 한 칸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대문과의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장대한 느낌이 들었고, 기둥을 받치고 있는 원형 주초석과 기둥은 불끈 일어선 동물의 발처럼 강인해 보였다.
건물은 누마루 뒤편에 온돌방이 있고 옆으로 3칸의 마루, 3칸의 방으로 구성된 정면 7칸, 측면 4칸의 단순한 구조다. 이 건물에 근엄함을 주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면 대청마루와 그 옆으로 붙은 방들을 툇마루가 묶어 주고 그 앞으로 한 켜의 회랑공간을 더 내단 것이다. 회랑은 단순한 공간에 깊이를 준다. 누마루라는 수직의 요소에 회랑이라는 수평의 요소를 한 겹 붙이면서 칠사당은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민의를 수렴하는 공적인 공간이 가지는 엄정한 자세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보는 이를 압도하기 위한 권위만 앞세우며 자꾸만 규모를 키우는 현실의 관청들을 새삼 돌아보게 만드는 건축이다.
노은주·임형남 부부 건축가
![노은주·임형남 부부 건축가](https://img.seoul.co.kr/img/upload/2024/09/04/SSC_20240904001233_O2.jpg.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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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주·임형남 부부 건축가
2025-02-1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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