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첨단 제조업이 일자리창출과 도시재생 관건/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시론] 첨단 제조업이 일자리창출과 도시재생 관건/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입력 2018-10-15 20:36
수정 2018-10-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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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 도시에서 밀려난 제조업이 다시 돌아와 도시의 생산 기능을 회복시키고 있다. 사무·전문직 등 진입이 어려운 일자리와 식당·편의점 등 단발성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던 소비와 서비스 중심 도시의 변화가 시작됐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미국 보스턴의 쇠퇴한 항구 지역이 ‘혁신지구’(Innovation District)로 재생돼 스타트업 창업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낙후된 런던의 공장 지역이 ‘테크시티’(Techcity)가 돼 5000개 기업과 5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제조업 비율이 2%도 안 되던 뉴욕시는 ‘남부 맨해튼’(Lower Manhattan)을 중심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고, 창업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기회의 장소가 됐다. 현재 이들 도시는 전 세계 인재들이 모이는 창조 산업의 거점이자 활력 넘치는 새로운 도시문화의 발신지로 성공적 재생 과정을 이어 가고 있다.

영국 총리와 보스턴·뉴욕 시장은 도시 생태계 재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이처럼 도심의 생산기능을 회복해 살고, 일하고, 여가와 문화를 즐기는 도시의 3대 기능을 균형 있게 유지함으로써 창조적 융합의 바탕이 된다. 산업과 교육을 촉진하는 새로운 도시 생태계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도시 재생 뉴딜을 지원하고, 지방정부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지역은 많지 않다. 도시 재생에 성공한 사례도시들에서 보듯, 도시 생태계 재생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시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는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제조업은 끊임없이 전문가와 숙련공을 양성하고 새로운 창업을 유도하며 도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인더스트리 4.0을 기반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첨단 제조업은 기존의 경계를 넘어 예술과 과학, 사고와 기술, 생명과 기계, 현실과 가상을 융·복합하고 생산뿐만 아니라 연구, 서비스, 판매, 교육의 모든 과정을 자유롭게 통합하는 새로운 산업이다.

이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인터넷과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기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일과 일상을 놀이처럼 즐기며 협업에 익숙한, 그러면서도 ‘기업가 정신’으로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들이다. 이들이 모여 일을 할 수 있는 거점이 마련되고 작동돼야 도시생태계가 다시 회복된다.

우리나라는 첨단 제조업 분야의 인재 비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창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이들이 곧 일자리 창출과 도시 재생의 핵심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도심 재생은 도시 환경 정비와는 다르다. 첨단제조업 성장의 씨앗과 텃밭을 제공해 생산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활력 있는 도심으로 재생해 가는 과정이다. 도심 재생을 위해서는 첨단 제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도심에 첨단제조업 생태거점을 조성해야 한다.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이웃’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은 도시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를 갖추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이고, 특히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의 쇠퇴한 지역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거점 지역을 선정해 정책적 지원을 시작하면 더 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어 도시환경이 재생되고 가로를 중심으로 도시 활동이 활성화돼 새로운 문화 거점이 된다.

최소 사업 단위로 공간 범위를 설정하고 행정적·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사업은 대부분은 공간적 규모가 크고 사업 범위가 넓다. 최소 사업 규모를 거점으로 시작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작은 성공 사례를 확산해 나가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실현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산업 특성에 적합하고 사용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목적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 첨단 제조업의 특성상 계속해서 스마트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새로운 시도가 많아 기존의 법과 행정 체계와 부합하기가 어려워 제도적 배려도 필요하다. 스마트시티와 규제 샌드박스, 일자리 대책, 창업 지원, 자율 주행 시범지구, 실증 단지 등 행정·재정 지원과 정책 그리고 관련 사업이 집중 투입돼야 첨단 제조업이 살아나고 도시 생태계가 재생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0-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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