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현장] 장관은 당선인의 부하인가, 아닌가/이혜리 정치부 기자

[나와, 현장] 장관은 당선인의 부하인가, 아닌가/이혜리 정치부 기자

이혜리 기자
입력 2022-03-29 22:02
수정 2022-03-3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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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정치부 기자
이혜리 정치부 기자
2020년 10월 대검찰청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때아닌 ‘부하 논쟁’이 일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이) 제 명을 거역했다”고 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추 장관은 “장관은 총장의 상급자가 맞다”고 응수했고, 정치권에선 “부하가 아니면 친구냐”는 등의 무의미한 논쟁이 이어졌다.

‘부하 논쟁’은 당시 검찰개혁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명을 따르라’는 권위주의적 리더십, 한 치 양보 없는 강대강 대립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과거 딱 한 차례 사용됐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추 장관이 두 차례나 발동했고 현직 검찰총장 직무 배제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매일같이 언론에 ‘추·윤 갈등’이란 단어가 도배되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검찰개혁의 본래 가치는 희미해졌다. 알맹이는 사라지고 검찰개혁 구호만 남은 격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한 검찰 권력 일부를 복원하는 사법개혁 공약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를 비롯해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 등을 통해 수사력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해당 공약들은 여야의 이견이 커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현재 여권 일각의 강경파를 중심으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이 강공 드라이브를 고집한다면 또다시 극한 대립 속에 당선인이 생각하는 개혁의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무례하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법무부 업무보고를 한 차례 거절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개 반대했다는 것이 이유인데, 마치 당선인의 뜻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로 비친다. 이런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공약 강행에 나설 경우 결말은 불 보듯 뻔하다. ‘법무부 장관은 당선인의 부하인가, 아닌가’라는 무의미한 논쟁이 되풀이될 것이다.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반대 의견도 경청하고 속도조절을 통해 명분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기도 하다.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책임수사제 공약’과 관련해서는 수사 지연으로 불편을 겪는 국민 피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20대 대선에서 대한민국은 반으로 갈라졌다.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를 잊지 않겠다”던 윤 당선인의 당선 소감을 기억한다.

2022-03-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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