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짝귀/김성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짝귀/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03-11 00:00
수정 2010-03-1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짝귀다. 등산용 모자를 얼굴까지 푹 내려 쓴 버스 속 50대 중반 남자. 없는 한쪽 귀를 가리려 눌러 쓴 기색이 역력하다.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그때 동네 아저씨도 그랬다. 짝귀. 낫을 들고 장난하다 실수로 한쪽 귀를 잃었다는데. 집 나간 아내를 못 잊어하다가 화풀이 자해를 했다는 말도 있었고….

도통 말이 없던 짝귀 아저씨. 아저씨는 가는 귀를 먹어 잘 듣지도 못했다. ‘벙어리 아저씨, 벙어리 아저씨.’ 아저씨 뒤를 따라다니며 손뼉치고 놀려대던 철부지 녀석들. 나도 그랬었는데. 악동들의 놀림이 얼마나 야속하고 성가셨을까. 반복되는 조롱과 놀림에도 도무지 성을 내지 않던 짝귀 아저씨. 아니 초탈했던 것일까.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을 알아챘는지 짝귀 남자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미안하다. 쳐다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릴 적 기억이 자꾸 얹히는 통에, 그만 폐를 끼치고 말았다. 사라진 짝귀 아저씨. 사과라도 할 것을. 버스를 내리며 한쪽 귀의 귓바퀴를 꽉 눌러본다. 아주 불편하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03-11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