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친절한 남자들/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친절한 남자들/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0-11-08 00:00
수정 2010-11-0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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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버스를 탔다. 멀리 서 있던 한 노신사가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자 휘청거렸다. 자리를 양보하자 “다음 정거장에 내린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그는 두 정거장을 더 서서 갔다. 사실 내 자리에 앉은 것도 아닌데 그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 고맙다는 인사를 몇 차례나 했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한 젊은이가 버릇없다며 폭력을 행사한 할머니와는 대조적이었다. 나이를 내세워 대접받으려 하지 않으면서도 고마워하는 그를 보며 품위 있게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건물에 들어서려는데 젊은 남자가 내가 유리문을 통과할 때까지 내내 문을 잡아줬다.

대부분 자신만 빠져 나가고 문을 확 닫는 바람에 늘 아쉬움이 남던 터라 그의 행동은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 작은 배려에 감사를 표하고, 단 몇초간 문을 잡아준, 두 친절한 남자들 덕분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세상의 남자들이여, 여자는 이렇게 작은 친절에도 크게 감동한답니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0-1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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