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외씨버선길/허남주 특임논설위원

[길섶에서] 외씨버선길/허남주 특임논설위원

입력 2011-05-09 00:00
수정 2011-05-09 00: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외씨버선길은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끌린다. 버선발로 달려나오는 정든 임인가.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면서도 누가 올까 기다리는 늙은 어머니인가. 경북 청송과 영양, 봉화를 지나 강원도 영월에 이르는 100리 길. 꽃이 지기 전 걸어 봄직하다. 한꺼번에 걷는다는 욕심도 버린다.

봉화군 춘양면의 숲길은 그 어디보다 좋다. 춘양목이 쭉쭉 뻗은 숲길은 마음의 티끌까지 씻어준다. 영양군의 조지훈 생가는 성마른 도시인의 퇴화한 시심(詩心)마저 자극한다. ‘지훈문학관’ 현판은 시인을 그리며 산 부인의 단아한 글씨라 더욱 멋지다. ‘지훈시공원’에선 소리내어 시를 읽고 싶다. 너무 편안해서 어느덧 한숨이 나오고 마는 길. 외씨버선길에 나서니 떠나온 곳이, 돌아가야 할 곳이 아득히 멀다.

단지 길 모양이 외씨버선인 줄 알았다.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덮고 돌아설 듯 날아갈 듯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시(詩)가 말했다. 아, 그 외씨버선이구나.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꽃이 지는 서울에 돌아와도 시가 맴돈다.



허남주 특임논설위원 hhj@seoul.co.kr
2011-05-09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