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자리 양보/곽태헌 논설위원

[길섶에서] 자리 양보/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1-06-03 00:00
수정 2011-06-0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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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사람과 함께 시내버스를 탔다. 집사람은 곧 자리에 앉았다. 그 앞에서 서서 가는데 누군가 툭 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소 붐비는 차안이어서 옆 사람과 부딪힌 것으로 생각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또 툭 치는 것 같아 고개를 돌리니 젊은 여성이 자기 앞에 있는 빈자리를 가리키며 ”여기에 앉으세요.”라고 한다.

순간 좀 당황스러웠다. 흰 머리카락은 적지 않지만 자리 양보를 받을 정도는 아닌데…. “아닙니다.”라고 사양하자, 그 여성은 자리에 앉았다. 젊은 사람들 버릇없다는 말도 많지만, 그래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미풍양속은 살아 있다. ‘윗사람’ 대접을 해주려는 뜻은 고마웠지만 사실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상대방의 ‘호의’를 좋게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오히려 ‘내가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나.’ 하는 생각에 심란했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또 자리를 양보받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기 싫은 염색을 해야 하나.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2011-06-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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