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시 적삼/최광숙논설위원

[길섶에서] 모시 적삼/최광숙논설위원

입력 2011-08-29 00:00
수정 201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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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종종 모시 적삼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을 본다. 아직 한낮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터라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어느 날 모시 적삼에 모시 치마까지 잘 차려입은 할머니를 만났다. 눈길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저리도 고운 옷을 입고 어딜 가시는 걸까. 모시 적삼은 할머니의 나들이 행선까지도 궁금하게 한다.

모시 적삼이 주는 정갈하고도 우아한 모습은 다른 어떤 옷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저고리 깃도 하나 없는 단순함과 간결함 그 자체다. 미니멀리즘의 극치가 따로 없다. 살짝 내비치는 속옷과 어우러진 모시 적삼은 속옷의 아름다움까지도 표현해 주는 유려함이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여름철 모시 적삼을 즐겼다. 나들이 갈 때면 잠자리 날개 같은 고운 모시 적삼을,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실 때는 올이 다소 굵은 베 적삼을 입곤 했다. 외출 다녀온 뒤에는 그 어느 옷보다 정성스레 잘 손질해 장롱 속에 보관했다. 어머니의 그 모시 적삼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나도 그 옷을 입을 때가 오리라.

최광숙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08-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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