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말귀/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말귀/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2-04-02 00:00
수정 2012-04-0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국내 굴지의 모 재벌 총수는 아랫사람에게 지시할 때 “그거, 그렇게 해.”라고 말하곤 한다. 더러는 “그거, 어떻게 됐어.”라고 불쑥 묻는다. 그럴 때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임원은 곤혹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는데 답변이 시원하고 명쾌하게 나올 리 없다.

임원 중의 한 사람은 재벌 총수의 얘기를 참 잘 알아듣는다. 그래서 남보다 한발 먼저 총수의 의중을 간파하고 흡족한 답을 내놓는다. 재벌 총수의 표정과 감정 등을 보면 ‘그것’의 의미와 의도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윗사람의 말이 논란이 될 것 같으면 ‘그럴듯한 해석’을 달아 진화하기도 한다. 덕분에 그는 여전히 재벌 총수 옆에 있다.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는 총기를 말귀라고 한다. 근데 말귀라는 게 선천적인 것은 아닌 듯하다. 상대방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정성과 노력, 신뢰가 쌓여야 가능하다. 여러 사람이 같은 얘기를 들어도 말귀의 수준은 다르다. 말귀도 사람의 능력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할 것 같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2-04-02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