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느 공직자의 상/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느 공직자의 상/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9-22 00:00
수정 2014-09-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번에는 합격했어요.” 전북 변산에서 공직 생활을 하는 50대 지인이 부처에서 주관한 공직자 봉사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불과 며칠 전, 다른 지원 분야에서 떨어졌던 터라 기쁨이 더해 보였다. 아주 오래전에 이곳으로 발령을 받은 뒤로 해안가를 따라 올레길을 만들고 길가에는 지역의 특산 꽃인 상사화를 심고 가꿨다고 한다. 자신이 지은 시도 길옆의 푯말에 새겨넣었다. 그의 카페에는 수상의 이유가 된, 지역민과 함께 일궈온 소개 글로 가득하다.

그의 수상이 남달라 보인다. 늦게 정규직이 된 데다 그마저 특수직으로 뒤처진 면이 있었다. 수상으로 승진에서 유리해졌고 부상도 받았다. 척박한 자리를 묵묵히 지켜오면서 상사화와 같은 꽃을 늦었지만 예쁘게 피워냈다. 이런 게 ‘고진감래’(苦盡甘來)다. 무엇보다 ‘심사 불신’을 떨친 것이 값져 보인다. 수상은 ‘백 있는’ 지원자의 몫일 것이라 여겼다고 했다. ‘불일신자 필일퇴’(不日新者 必日退). 그의 카페에서 눈에 들어온 문구다. 날마다 새로워져야 퇴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지간히 자신을 채찍질한 듯하다. 아래위의 ‘자리 타산’만 하는 공직자들이 새겨야 할 사례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9-22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