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을 단상/구본영 논설고문

[길섶에서] 가을 단상/구본영 논설고문

입력 2014-11-07 00:00
수정 2014-11-0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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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언론계를 떠난 선배 한 분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의 가을 풍경을 그린 글이 실려 있었다. 내용 중 와 닿는 대목이 있었다. 네덜란드 설치예술가가 만든 ‘러버 덕’이란 고무 오리를 보러 온 시민들의 북새통에 놀라 진짜 백조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선배의 글엔 인조 혹은 모조품에 자연이나 진품이 외려 밀려나는 세태에 대한 애석함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하긴 도회 생활에서 바쁜 일상에 쫓겨 놓치기 일쑤인 소중한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랴. 캐나다 대도시 토론토에서 차도를 줄이고 보행로를 넓히고 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끈다. 일명 ‘도로 다이어트’로 차량 이동을 줄이려는 취지다. 그 이면엔 시민들이 ‘느림의 미학’을 체감할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철학이 깔려 있을 게다.

선배의 글과 조간신문 기사를 읽은 뒤 출근길. 아파트 단지에서 빨갛게 물든 단풍이 새삼스럽게 눈에 확 들어왔다. 생각이 바뀌니 보이는 것도 달라지는 듯싶었다. 시간이 없어 가을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다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4-11-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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