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연말 세태/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연말 세태/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12-23 00:00
수정 2014-12-23 00:4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돈 좀 꿔줄 수 있습니까.” 생활정보지와 광고전단 배달 사업을 하는 가까운 일가(一家)가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꼭두새벽에 연락을 해 왔다. 매출은 변함없는데 지난해의 3배가 부과됐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그의 가계가 빠듯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형편이 여의치 못하니 가산 이자만 불어 간다는 것이다. 세무서 직원의 채근이 여간 아니란다. 세무 직원은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할 뿐이라고 한다.

“손님이 없어요.” 연말에 기업체 단체 손님이 찾던 음식점 주인은 가뭄에 콩 나듯 오는 손님에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그도 세금을 내고 나면 집안을 근근이 건사한다고 했다. 이어지는 굵직한 사건의 여파가 영향을 주고 있단다. “부도심 번화가도 반경 50~100m 안에만 장사가 되지 그 바깥은 파리만 날린다”고 했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의 상황이 새삼 와 닿는다. 짤 만큼 짜내라는 세무 당국의 엄명에 생계형 사업자들의 어려움이 커 보인다. 서민 지갑에 돈이 있어야 소비가 살고 복지도 나아질 텐데…. 복지 확대가 정작 서민층의 발목만 잡은 채 그늘만 짙게 드리우는 연말이다. 정책과 시장이 거꾸로 가는 모습이 아닌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12-2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