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배려와 넘침/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배려와 넘침/정기홍 논설위원

정기홍 기자
입력 2015-02-06 18:04
수정 2015-02-06 18: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오늘도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고객님께, 하루를 즐겁고 건강하게….” 아침 출근길에 듣는 익숙한 안내 방송이다. 대체로 기관사의 목소리가 좋고 말도 조리 있다. 서론이 기니 본론이 좀 길다. 십수 개의 역사를 거치면 보통 두어 번은 이어진다. 매뉴얼에 충실하는 건지 자기 중심의 멘트인지는 모르겠다. 과유불급, 좋은 서비스도 거슬릴 때는 있다. 아침 출근 때엔 긴요한 것 아니면 말을 절제하는 게 좋다.

배려가 돋보이는 안내도 있다. 노약자석의 벽에 붙은 지하철 노선도를 본 것은 오래지 않다. 눈이 좋지 않은 어르신에게는 요긴하게 활용될지 싶다. 장년층도 출입구 위에 붙은 노선도를 보려면 고개를 한껏 들어야 할 정도로 불편이 따른다. 오래전에 생각을 못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배려다운 배려다. 포근함을 더하는 것은 출근길 5호선 신길역장의 안내다. 도착한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바삐 내려오는 고객들에게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라고 한다. 붐비는 시간대라 “어서 타세요. 다음 차 타세요”라 할 만도 하건만 듣지를 못 했다. 그의 한결같은 차분한 말투에 ‘안전’이 자리한 것을 알아차렸다. 기분 좋아지는 아침 아닌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5-02-07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