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애도의 기술/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애도의 기술/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5-06-07 18:00
수정 2015-06-07 19:4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나이 먹는다는 의미를 깨우치는 곳은 장례식장이다. 영정의 얼굴이 초면이어도 똑바로 눈 맞출 수 있고, 상주의 손을 잡아 주는 일이 의례적이지 않으며, 조문객 밥상에 차려진 음식 맛을 가늠할 줄도 안다. 예전엔 아니었다. 상주의 손이라도 잡게 되면 할 말이 없어 난감했다. 문상객들 틈에 끼어 억지로 한술 밀어넣은 밥에는 번번이 체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가 돌연 남편을 잃고 한 달 만에 절절한 심경을 밝힌 글이 화제다. “괜찮아질 테니 희망을 가지라고들 말해 줬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괜찮아질 거라 강요하지 않고,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는 말이 위로였다.”

동감이다. 상실에 무너지는 사람에겐 ‘괜찮다’가 아니라 ‘괜찮지 않은 게 정상’이라고 말해 주는 게 위로라고 나는 굳게 믿는 편이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 십년이 가까워 온다. 그런데도 여전히 따뜻해서 이따금씩 꺼내 읽는 위로 메일 한 통이 있다. “지금이 전부가 아니다. 슬픔을 지금 모두 느끼려 하지 말아라. 살다 보면 정말 무시로 그 끝없는 아픔 속으로 잠길 일 많을 것이니.” 진심을 전하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애도에는 말할 것도 없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5-06-08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