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와 아들/이동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버지와 아들/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15-09-04 18:10
수정 2015-09-04 18: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전철을 기다리며 아들에게 “할아버지 제사가 있으니 큰집에 함께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응했다. “아빠랑 단둘이서 여행해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는 그럴싸한 이유도 덧붙였다. 순간, 아들이 언제 이렇게 많이 컸나 하는 생각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엄마에 비해 아빠와는 대화하고 놀아 본 기억이 별로 없다는 의미였기에….

“자식이 태어나면 사람은 바보가 된다”는 유대인 속담이 있다. 그래서 소중하게 간직했던 전 재산도 아들이 자식을 가진 후에야 물려준다고 한다. 재산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교훈이겠지만 자식만큼 귀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한때 ‘바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딸 바보, 아들 바보 등 많은 바보들은 주로 아빠들을 지칭했다는 기억이 떠올라 아들에게 더욱 머쓱해졌다.

오전 내내 아버지를 떠올려 봤다. 돌아가신 지 30년이 넘어서인지 희미해진 기억조차 별로 없다. 경제적인 능력도, 이렇다 할 재능도 남겨 주신 게 없다. 한 가지 또렷한 기억은 다섯 자식을 끔찍이도 사랑하셨다는 것뿐이다. 자식 바보였음에는 분명했다. 오늘 큰집에 갈 땐 아들 손을 꼭 잡고 바보 아빠가 되고 싶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2015-09-05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