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남양호 대장 기러기/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남양호 대장 기러기/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16-12-14 23:04
수정 2016-12-1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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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습지 주변의 누렇게 변색된 갈대 군락은 시린 찬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갈대 줄기는 언제 그렇게 억셌느냐는 듯 바짝 메말라 소슬한 바람에도 이내 산산이 부서질 것처럼 요동친다. 겨울 습지를 찾아가 보면 갈대들의 합창과 이에 호응하는 겨울 철새들의 코러스를 감상하는 맛이 쏠쏠하다.

경기도 화성 남양호는 1973년 2㎞에 이르는 방조제를 막아 조성한 인공 호수다. 수로와 습지가 잘 발달돼 있고, 나락이 지천에 깔린 평야가 드넓다. 철철이 수많은 새가 찾아오는 이유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겨울 철새 ‘기러기 가족’을 얼마 전 남양호에서 만났다. 50여 마리의 대가족이 V자 대형으로 날아와 주변 갈대밭에 내려앉았다. 기러기들의 착륙을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이다. 대장 기러기가 사뿐히 내려앉자 뒤를 이어 나머지 기러기들이 가볍게 날개를 접었다. 수천㎞의 여행을 무사히 이끈 대장 기러기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마음 한쪽은 무겁다. 조류독감(AI)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그들이다. 어느 곳에서는 갈대밭을 모두 불태운다고 한다. 대장 기러기는 착륙하자마자 이륙을 준비해야 한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6-12-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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