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손글씨/이순녀 논설위원

[길섶에서] 손글씨/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8-10-08 22:52
수정 2018-10-08 22:5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글 잘 쓰는 사람이 제일 부럽지만, 글씨 잘 쓰는 이도 샘나긴 마찬가지다. 악필까지는 아니나 내 손글씨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평균 이하다. 중·고생 때 겉멋이 들어 흘림체로 제멋대로 썼던 버릇이 남아 지금도 글씨체가 영 아니다.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워드프로세서가 막 보급돼 과제를 손으로 써서 낼 일이 없었고, 신문사에 입사하자마자 컴퓨터가 도입돼 원고지 대신 자판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못난 글씨를 드러내 보일 일이 없으니 다행인 줄 알았는데 글씨체를 고민하고 연습할 기회도 사라졌던 셈이니 돌이켜 보면 불행인 듯도 싶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갔다가 ‘교보손글쓰기대회’ 수상작들을 만났다.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글을 쓰는 아날로그 경험을 통해 삶의 여유와 의미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대회로 올해 4회째다. 함초롱바탕체 같은 컴퓨터 글씨체에 익숙했던 시야가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다채로운 손글씨의 향연에 일순 밝아졌다. 글씨체를 보면서 그 주인이 어떤 사람일지 가만히 짐작해 본다. 동글동글한 글씨체의 주인공은 다정다감할 것 같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글씨체의 주인은 빈틈없이 단정할 것 같고…. 내 손글씨는 나를 얼마나 잘 드러내고 있을까.

coral@seoul.co.kr
2018-10-09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