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간이란 것/손성진 논설고문

[길섶에서] 시간이란 것/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18-12-30 21:10
수정 2018-12-31 00:3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것이 시간이다. 시간은 자꾸 물러선다. 시간을 헤치며 산다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물러난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 지금 뒤로 향하고 있다.

시간 한 장이 책갈피처럼 또 넘어간다. 시간을 읽은 책처럼 모아둘 수만 있다면! 한쪽의 책갈피를 넘기더라도 언제든 뒤로 넘겨볼 수 있다면!

시간은 태어나면서 받은 연금이다. 몇십 개 남지 않은 시간이란 연금을 또 빼먹었다. 잔고는 자꾸 줄어드는데 얼마나 남았는지에 무감하다.

시간은 빛과 동의어다. 한순간 명멸하고는 사라져 버리는 빛. 손으로 쥘 수도 없고 언젠가 암흑으로 바뀔 수 있는 빛. 시간은 있는 듯 없는 듯, 허공의 빛처럼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래서 시간, 세월은 허무한 것일까.

시간을 붙잡는 일. 존재를 알 수 없는 시간을 느끼는 일. 새해에 할 일이다. 순간의 가치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다. 매 순간 열심히, 즐겁게 살 일이다. 그러면 시간이 물러나는 속도를 조금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책갈피가 다 넘어갔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가 아니라 몰입했던 책처럼 지난 시간을 기쁘게 꺼내 읽을 날을 기다리며.
2018-12-31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