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건망증과 알람/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건망증과 알람/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19-08-01 17:44
수정 2019-08-0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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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과 결혼기념일, 제삿날 등등 집안의 대소사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한동안 남들처럼 새 달력이 나오면 빨간펜으로 표시해 놓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잘 기억하고 있다가 당일엔 까먹기 일쑤다. ‘오늘’이라는 날짜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편법은 생각났을 때 얼른 선물을 앞당겨 준다든지, 가족모임을 일찌감치 진행한다. 최근 딸의 생일날도 그랬다. 더운 날 태어난 탓에 미역국을 끓이지는 않는데,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한 당일 아침에 “오늘 저녁은 어디서 먹는 거지” 하는 질문을 받고 “왜?”라고 무심코 물었다가 돌멩이가 날아올 뻔했다.

처지가 이런지라 100일 기념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챙기지 못해 여자친구나 부인의 화풀이를 받은 남성들의 안쓰러운 사연들을 보면, “나 같은 사람도 있어요”라며 연대감을 표현하고 싶기도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건망증이 심하거나 기념일을 잘 망각하는 사람을 분리수거해 버릴 수 없는 처지라면, 알람시계처럼 때가 되면 반복해 기념일을 상기해 주면 어떨까. ‘사랑한다면 기념일을 챙겨 달라’고 하지 말고, 상대의 특성을 수긍하고 배려해 끊임없이 채근하는 것이다. 건망증은 심해도 고마운 줄은 우리도 안다.

symun@seoul.co.kr

2019-08-0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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