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한계/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한계/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안미현 기자
입력 2022-11-21 21:58
수정 2022-11-22 00: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길섶에서
길섶에서
두 팔이 없는 호른 연주자를 우연히 TV에서 보게 됐다. 서른한 살의 꽤 유명한 독일 연주자다. 태어날 때부터 팔이 없었다고 한다. 음정을 내는 호른의 밸브를 왼발로 누르며 연주했다. 손가락처럼 움직이는 발가락 놀림에 놀랐고, 따뜻하고 고운 호른의 음색에 또 놀랐다. 더 큰 놀라움은 그다음에 찾아왔다.

진행자가 “발가락으로 연주하는 게 어렵지 않으냐”고 물었다. 곧바로 따라 나온 대답. “다른 걸로 연주를 해 본 적이 없어 뭐가 더 어려운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발로만 연주를 해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 앞에서 ‘역경 스토리’를 지레짐작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커다랗게 벌어진 호른의 입을 때론 막고 때론 터 주면서 음색에 변화를 주는 것은 통상 오른손의 역할이다. 그는 ‘입술’로 한다. 이 또한 다른 걸로 해 본 적이 없으니 쉽고 어려움을 가늠할 수 없으리라. 오른손인 그의 입술에서 툭 튀어나온 말. “한계는 스스로 정하는 겁니다.”

2022-11-22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