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착한 선결제 운동/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착한 선결제 운동/장세훈 논설위원

장세훈 기자
입력 2020-04-29 23:14
수정 2020-04-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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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착한 선결제’ 운동이 차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는 평소 즐겨 찾는 음식점을 비롯해 소규모 점포에서 일정액을 미리 결제한 뒤 이용은 나중에 하는 방식이다. ‘사상 초유’ 등의 꼬리표가 붙는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취지다. 소셜미디어에는 참여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유명 연예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정부도 선결제 운동을 뒷받침한다. 선결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한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을 6월 사용분까지 80% 확대했다. 선결제 동참 기업에는 소득·법인세에 세액공제 1%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관련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선결제 후 해당 업체가 폐업하면 생길 문제는 추가로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이 위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해 만들어 나가는 이른바 ‘착한 시리즈’는 선결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점포 임대료를 낮춰 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은 지난 2월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정부도 인하액의 50%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 주는 방식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임대료를 할인받은 만큼 음식값을 낮춘 식당 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농산물 판로를 잃은 농가를 살리자는 취지의 ‘착한 소비’ 운동도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이 힘을 받는 것은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많기 때문이다. 조만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뤄지면 ‘착한 기부’ 운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서 기부 여부를 놓고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국민의 자발성을 훼손시킬 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돌보기 위한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가치 문화 확산 운동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결은 좀 다르지만 지난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되는 힘은 이러한 가치 문화 확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표현이다. ‘고귀한 신분’(귀족)을 뜻하는 노블레스와 ‘책무가 있다’는 의미의 오블리주를 합친 것으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갖춰야 할 도덕적 의무로 풀이된다. 다만 모든 고귀한 신분이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사회적 책무가 고귀한 신분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오히려 책무를 실천하는 사람이 노블레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치 문화 확산에 참여하는 한국의 모든 국민에게 미리 박수를 보낸다.

shjang@seoul.co.kr
2020-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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