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유용한 여론조사지만 민심 왜곡 우려 등 활용 방안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올 초 전국의 88개 여론조사 등록업체 중 30곳(34.1%)에 대한 등록을 취소했다. 여론조사 업체의 ‘떴다방’식 영업 행태를 해소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낮은 응답률은 여전히 숙제다. 지난 3월 한 달간 공표된 여론조사 600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응답률은 11% 선에 그쳤다. 그러나 이 수치도 미국여론조사협회 국제기준(AAPOR)을 들이대면 3.5%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제 4·10 총선의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가 254개 선거구 중 18곳의 당락을 잘못 예측해 논란을 빚었다. 4년 전 출구조사에서는 253개 선거구 중 14곳에서 틀렸다. 조사업계에서는 5% 이내 오차로 용인할 만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상파 3사가 출구조사에 약 73억원의 돈을 들였는데 헛돈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출구조사를 대행한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각 투표소마다 다섯 번째로 나오는 투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투표 행태와 사전투표자 5만명의 투표 행태를 전화로 파악한 데이터를 합해 당락을 예측했다고 한다. 총투표자의 46%인 사전투표자 중 연령대별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 60대 표심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정확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여론조사는 유권자가 선거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이런 판단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여론조사 응답률을 제고해야 한다. 여론조사 발주 기관인 정당이나 언론사에서 여론조사에 응하는 사람에게 사례비를 지급하거나 여론조사기관이 자체 비용을 들이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응답률 제고 방안이 나온다면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도 선진국처럼 아예 없애거나 최대한 단축해 유권자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024-04-12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