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로 끝난 희망캠프의 마지막 밤

환호로 끝난 희망캠프의 마지막 밤

입력 2010-10-14 00:00
수정 2010-10-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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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던 서른세 번째 광부 루이스 우르수아가 성공적으로 지상으로 올라온 13일 밤(현지시간) 광산 앞 한 가족의 텐트 옆에서 오랫동안 가족들의 밤을 지켜주던 모닥불이 사그라졌다.

 단출한 짐을 챙기던 가족들은 두 달간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다른 가족들의 텐트로 가서 긴 포옹을 나누며 서로의 행운을 빌었다.

 플로렌시오 아발로스부터 루이스 우르수아까지 서른세 명 광부들이 모두 지상을 밟은 이날 일부 가족들은 69일간 눈물과 웃음이 묻어 있는 희망캠프를 떠났다.

 열번째로 구출된 광부 알렉스 베가의 사촌 아르놀도 플라사 베가는 “두 달간 사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일상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른세 명이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나온 것을 보고 떠날 수 있어 기쁘다”며 “다만 그간 정든 이들과 헤어져야 하는 것은 아쉽다.이제 내 가족은 하나가 아니라 서른셋”이라고 말했다.

 지난 두 달간 구조에 투입됐던 인부와 차량도 기분 좋은 경적을 울리며 유유히 캠프를 빠져나갔다.

 텐트와 캠핑카 속에서 생활하며 광부들의 소식을 세계로 타전한 취재진들 가운데 일부도 일찌감치 철수를 준비했다.

 모두가 희망캠프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취재진과 인부들은 작업을 마무리하며 밤을 밝혔고 일부 가족도 밤늦도록 캠프 곳곳에서 다른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며 캠프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스무 번째로 땅을 밟은 광부 다리오 세고비아의 가족들도 오늘 집으로 내려가는 대신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짐을 싸기로 했다.

 이날 밤은 그동안 보낸 68번의 밤과는 아주 다른 밤이다.

 사고 다음달인 8월6일부터 줄곧 캠프 내에서 생활했던 동생 알베르토 세고비아는 “긴장과 초조가 아닌 기쁨으로만 가득 찬 밤을 보내고 싶어 하룻밤을 더 머물기로 했다”며 “희망캠프에서의 두 달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지만 믿음이 있어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내일 캠프를 떠나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냐는 질문에 가족들은 “제발 그런 일은 없어야죠”하면서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가 곧장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꼭 다시 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코피아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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