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그림자 생물권’ 있을지도”

“우리 곁에 ‘그림자 생물권’ 있을지도”

입력 2010-12-03 00:00
수정 2010-12-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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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燐) 대신 비소를 먹는 낯선 미생물이 극한 조건의 호수에서 발견됐다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와 때를 같이해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의에서도 생명체에 대한 종전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고 BBC 뉴스가 2일 보도했다.

 이들은 우리가 가진 생명체의 개념이 지나치게 지구중심적이라면서 이런 기존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낯선 생명체’,더 나아가 ‘그림자 생물권’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형태로 지구에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들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테이트 대학(ASU)의 폴 데이비스 교수는 시카고에서 열린 AAAS 심포지엄에서 “‘그림자 생명체’가 비소 성분이 들어 있는 호수나 들끓는 심해 열수구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화성까지 갈 것도 없이 이들은 바로 우리 코앞에,어쩌면 우리 코 안에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SU 비욘드 과학기본개념센터 소장인 데이비스 교수는 “지구에서 그림자 생물권을 찾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전적으로 합리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도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생명체의 발생이 한 차례 이상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바로 이런 ‘제2의 창세기’의 자손들이 오늘날까지 ‘그림자 생물권’을 이루며 살아남았지만 이들의 생화학적 구조가 너무도 달라 아직까지 우리의 눈에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현미경은 우리가 아는 생명체를 찾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와 다른 생화학 구조의 미생물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이런 생명체가 어떻게 생겼을지는 상상력에 맡길 수밖에 없지만 이런 것이 존재한다면 DNA와 RNA를 기반으로 할 것이며 약간 다른 유전자 암호와 다른 아미노산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를 구성하는 탄소와 수소,산소,질소,인 대신 다른 원소를 사용,보다 극적인 차이를 보이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인의 역할 중 대부분은 비소가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우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생명체를 어떻게 찾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첫째는 이들이 생태적으로 고립돼 있을 가능성,두번째는 이들이 탄소를 사용하는 우리와 섞여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자의 경우 사막이나 소금호수,기압이나 온도,적외선 수치가 높은 지역에서 찾아야 할 것이며 모노호수처럼 비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도 이미 미생물 발견이 보고된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엔 새로 무언가를 발견할 때마다 이것이 이미 알려진 것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과정이 필요해 매우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문제는 이런 생명체가 정말로 지구 생명체와 다른가,아니면 이것도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공동의 전구체가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데이비스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또 지구와 화성 사이에서는 암석이 오갔으며 이에 묻어 생명체의 교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단 한 차례 이상 발생했다면 우주 전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플로리다 주립대의 스티브 베너 교수는 외계 생명체가 어떤 모습일 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를 직접 만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 주변에서 이런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베너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이 실제로 인공 생명체 비슷한 것을 만들어 냈다면서 “이는 다윈론적 진화가 가능한 최초의 인공적인 화학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4개가 아닌 6개의 알파벳으로 구성된 DNA 이중나선구조를 갖고 있는 이것이 비록 자생능력이 없어 먹이를 줘야 하는 존재이지만 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체에 관한 우리의 개념이 지나치게 지구중심적”이라면서 “우리가 자생능력이 있고 다윈론적 진화가 가능한 화학 시스템이라 해서 이것이 보편적인 생명체의 개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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