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간 격렬한 진동… 어지럼증·멀미 느껴”

“3분간 격렬한 진동… 어지럼증·멀미 느껴”

입력 2011-03-12 00:00
업데이트 2011-03-12 01: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특파원이 전하는 지진 공포

기자도 지진의 무서움을 경험했다. 1년 전 도쿄에 부임한 이후로 그동안 책상이 움직이거나 책장에서 책이 떨어지는 등의 가벼운 지진은 다섯 차례 겪었지만 이번처럼 대형 지진은 처음이었다.
이미지 확대
이종락 특파원
이종락 특파원


지진이 발생한 11일 오후 2시 46분쯤 도쿄 지요다구 우치사이와이초에 있는 도쿄신문 건물 5층의 특파원 사무실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데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뒤에 확인했지만 진앙지인 도호쿠에서 지진이 발생한 시간과 거의 같은 시간이었다. 지진이 일본 열도를 동시에 강타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동안의 지진처럼 “잠깐 흔들리다 말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진동은 무려 3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 기자는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엎드렸다. 선반에 놓인 집기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장식대 위에 놓인 이동식 TV도 좌우로 흔들리며 떨어지려 해 급히 잡았다.

☞[포토]최악의 대지진…일본열도 아비규환의 현장

기차가 심한 커브를 돌 때 열차 객실을 걸어 이동하는 순간 느끼는 어지러움증이 엄습했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느껴졌다. 욕지기가 나면서 속이 거북했다. 차멀미를 느끼는 기분이었다.

요동이 멈춘 뒤 더는 기사를 쓸 수 없었다. 회사에 보고하려 했으나 전화가 불통이었다. 간신히 책상에 자리잡고 메신저를 통해 회사에 상황을 보고한 뒤 일단 사무실 밖으로 대피했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니 이 방 저 방에서 나온 사람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대피 방송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진이 이어질 것을 우려해 건물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미 엘리베이터는 운행을 중단해 계단을 통해 걸어서 1층으로 내려갔다. 층마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계단을 가득 메웠다.

일본 정부의 청사 건물과 국회가 위치한 가스미가세키에 있는 건물을 나오자 사람들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모여 있었다. 이 근처에 있는 히비야 공원으로 모두 이동했다. 1㎞ 정도 떨어진 신바시 역 광장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사무실 건물에 입주한 샐러리맨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 붕괴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을 공원이나 넓은 광장으로 대피시킨다.

도쿄에서는 이날 여진이 10여차례 계속됐다. 기자 또한 5층 사무실로 올라가 기사를 전송하고 다시 건물 바깥으로 대피하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이날 밤 이 기사를 작성하는 중에도 세 차례나 여진이 발생, 건물을 나갔다가 들어와야 했다.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2011-03-12 2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