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있던 자리엔 잔해뿐

마을이 있던 자리엔 잔해뿐

입력 2011-03-15 00:00
수정 2011-03-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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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호 해변 마을 ‘사이토’ 초토화

밤이 되자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불빛도, 물소리도, 발전기 소리도 없었다. 주위에 남은 것이라고는 쌓여 있는 잔해뿐. 그나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도 모조리 닫혀 있었다. 미야기(宮城)현 사이토마을은 지난 11일 대지진 이후 모든 것이 멈췄다.

사이토는 70여호에 250명 가량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해변마을이었다.

하지만 지진과 쓰나미는 한순간에 마을의 모든 것을 휩쓸고 갔다.

14일 낮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생존자 발견은 포기한 채 시신 발굴작업에 나섰다.

보호장구를 착용한 소방대원들은 지구에서가 아니라 외계행성의 폐허 속을 돌아다니는 우주인같은 모습이었다.

공중에는 방수포로 싼 냉동시신 1백여구를 매단 수송헬기가 선회했다. 시신 더미 사이로 주먹을 꽉 쥔 남성의 팔이 보였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생존자 아베 토시오(70)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이토 주민 250명중 40명이 사망했거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베씨는 지진 당일 대피 사이렌 소리를 듣자 해안에서 2㎞ 가량 떨어진 집 뒷편 언덕으로 미친 듯이 내달려 겨우 목숨을 건졌다.

불과 20~30분만에 쓰나미는 굉음을 내며 마을을 덮쳤다.

2층 건물 높이의 방파제를 훌쩍 넘긴 쓰나미의 강력한 물결은 주택 수십채를 그 자리에서 완전히 파괴했고 일부는 통째로 휩쓸려 떠내려갔다.

아베씨는 “모든 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베씨의 집이 있던 자리에는 평평한 콘크리트 바닥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한 때 기차역이 있었던 곳에는 구겨진 표지판만이 남아 그 위치를 확인시켜 줄 뿐 역사도 철길도 보이지 않았다.

다리 위에는 푸른색 지붕 하나가 걸쳐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자동차가 깔려 있었다 .

몇미터 옆 또 다른 집터에는 퉁퉁 부어오른 젖소의 사체가 뒹굴었다.

아베씨의 부인 오야마씨는 “시신은 몇 구 밖에 못봤다”며 “나머지는 다 바다로 떠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사이토마을이 속한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 권역에서만 주민 1만7천명 가운데 최소 4천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미야기현 인구 230만 가운데 1만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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