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 현실화

방사능 공포 현실화

입력 2011-03-20 00:00
수정 2011-03-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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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주변 우유ㆍ시금치ㆍ수돗물 등 방사성 물질 기준치 초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주변의 농축산물과 식수에서 기준치를 넘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동안 방사성 물질 누출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우려가 일상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음식물을 통해 시민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온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일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우유와 이바라키(茨城)현에서 재배된 시금치에서 식품위생법상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의 잔량이 검출됐으며 후쿠시마현의 수돗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요오드가 한때 검출됐다고 밝혔다.

관계 당국은 이 지역 농산물에 대해 출하 제한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농산물 공급 부족이나 농산물 가격의 급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 해당지역 농산물 ‘골라내기’ 분주 = 일본 정부는 농산물과 수돗물의 방사성 물질 초과 사실을 발표하면서 인체에 직접적인 해가 없음을 유난히 강조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유는 일본인 평균 섭취량을 기준으로 1년간 마셔도 CT 촬영 한번 했을 때 쬐는 양과 같고, 시금치는 1년간 먹어도 CT 촬영 한번 했을 때 쬐는 양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안심시켰다.

식수나 생활 용수로 사용되는 수돗물의 경우 후쿠시마현에서 19일 한때 기준치를 넘어서는 방사성 요오드가 발견됐다. 방사성 요오드의 함량은 도쿄(東京)와 5개 지역의 수돗물에서도 발견됐으나 기준치 이하였다.

후생노동성은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미량이어서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으나 시민들은 온오프라인에서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K_Selmer’라는 ID의 한 시민은 “원전의 일부가 복구됐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수돗물마저 방사선에 오염됐다니,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농산물은 즉각 유명 슈퍼마켓 체인에서 퇴출됐다.

’카스미’나 ‘사밋토’ 같은 슈퍼마켓 체인은 관련 뉴스가 전해지자마자 이바라키산 시금치를 가게 판매대에서 철거한 뒤 판매를 중단 조치를 취했다.

후쿠시마시가 본사인 슈퍼마켓 체인 ‘이치이’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물류 부족 현상이 곧 해소될 것으로 봤는데 앞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 농산물 공급부족ㆍ가격폭등 우려 = 방사선 기준치를 초과한 농산물이 발견되자 일본 정부는 즉시 해당 지역에 농산물 출하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해당 지역 농산물에 대한 잘못된 소문을 피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출하 제한 조치가 현실화되면 농산물 공급 부족이나 농산물 가격 급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시금치의 생산지인 이바라키현은 수도권에 공급되는 농산물의 상당량을 생산하는 농업 지역이다. 이 지역의 시금치는 도쿄 지역 시금치 소비량의 30%를 점하고 있으며 배추는 55%, 양상치는 39%, 피망은 3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일본 전체의 식량수급에 바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추가로 농산물의 방사선 기준치 초과 사례가 밝혀진다면 상황이 쉽게 수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당 지역 농산물에 대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심리도 예상돼 이 지역의 농축산업 종사자들은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에 이어 생업까지 힘들어지는 삼중고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방사선 기준치를 넘은 우유가 생산된 후쿠시마현 역시 쌀, 오이, 복숭아, 배, 사과 등의 산지이며 계란이나 돼지고기 등을 생산하는 축산농가도 많다.

해외에서 일본 농축산물에 대해 갖는 인식도 나빠져 농축산물의 해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원전사고 이후 유럽연합(EU)은 회원국에 일본 농산물에 대한 검사 강화를 권고한 바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 아시아의 각 국가들 역시 일본 농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시금치나 우유의 방사성 물질 함량은 세계보건기구(WHO)나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 기구의 지표도 상회한다.

일본은 작년 4천921억엔이던 농림수산물의 수출액을 2017년까지 1조엔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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