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은폐 급급...진단 후에도 치료 거의 못받아”
중국에서 납중독으로 영구 장애를 입은 아동이 수십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를 인용해 16일 전했다.HRW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는 동안 전국적으로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이 심화됐으며 이에 따라 중금속 중독 환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지방정부는 이를 숨기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내 아이들이 중독됐다: 중국 4개 성의 공중보건 위기’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HRW는 허난(河南)성과 윈난(雲南)성, 산시(陝西)성, 후난(湖南)성 지방정부가 의심 환자의 검사를 방해하는 등 납중독 실태를 은폐하려고 했으며 일부 의료 종사자들은 검사를 받은 환자들에게 혈중 납농도를 허위로 알려주기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2002년 공개된 홍콩 연구에서는 중국에서 건너온 아동 1/5이 혈중 납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해 아동 대부분이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했으며 일부는 납중독 진단을 받은 후에도 계속 오염된 환경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사과나 마늘, 우유 등 ‘세정’ 작용이 있는 식품을 먹으라는 지시에 그치고 있다.
납중독은 뇌손상을 일으켜 지능 발달장애를 초래하며 아동에게 특히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납중독은 배터리 공장 등 납을 많이 쓰는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분진을 마시거나 오염된 물질을 섭취했을 발생한다.
HRW 전문가들은 아동 납중독이 지난 1990년대 중국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에이즈 확산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염이 심각한 지역에는 신체ㆍ지적 장애 아동이 한 세대에 집중 발생했다.
이 단체는 홍콩에서 지난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납중독이 새로운 세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 정부는 중금속 오염을 최우선 환경 과제로 선정했으며 전지공장 등을 대상으로 단속에 나섰다.
앞서 12일 저장(浙江)성 양쉰차오(揚迅橋) 당국은 어린이 103명을 포함한 주민 600명 이상이 납중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 4월 저장성 후저우(湖州) 더칭(德淸)현과 타이저우(台州)시에서도 집단 납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축전지, 전기도금 등 중금속 관련 업체의 작업 환경이 열악한데다 환경 인식 부족, 산업폐기물 투기 등으로 인해 납중독 사고가 빈발하고 있으며, 어린이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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