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조장’ 혐의 체포되자 지지자들 반발
유대인이 아닌 사람은 살해해도 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성직자는 경찰의 조사 대상일까?이 논란에 이스라엘이 발칵 뒤집혔다. 경찰이 급진적 성향의 유명 랍비인 도브 리오(Lior)를 체포하자 지지자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까지 벌였다.
사연은 이렇다. 리오는 ‘왕의 가르침(The King’s Teachings)’라는 책을 지지하는 글을 썼는데, 이 책은 비(非)유대인이 사악한 부모를 닮을 가능성이 있으면 특정한 조건 아래 죽여도 된다는 현자들의 발언을 담고 있다.
경찰은 이런 행동이 살인 조장 죄가 될 수 있다며 법원의 체포 영장을 통해 27일 리오를 붙잡아 심문했다. 영장은 수개월의 숙고 끝에 발부됐다.
하지만 파장이 컸다. 지지자 수백명이 ‘존경받는 종교 학자를 탄압한다’며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고 대법원을 테러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다른 수백명은 체포에 관여한 정부 관리의 집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앞서 리오에게 경찰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수차례 했으나 그는 ‘부당한 요구’라며 응하지 않았다.
리오는 애초 논란의 대상이었다. 2008년 예루살렘의 한 신학대학에 총격 테러가 일어나자 그는 팔레스타인인에게 취업과 집 대여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994년 이슬람 사원에서 팔레스타인 사람 29명을 총으로 학살한 유대인 의사 바룩 골드스타인을 칭찬하기도 했다.
리오의 지지자들은 책에 대한 그의 견해가 사상의 자유 원칙에 따라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의 국수주의적 세력에 대한 진보 진영의 격렬한 비판은 그냥 놔두면서 리오의 글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종교부 장관은 “어떻게 70대 후반에 접어든 노쇠한 랍비를 악질 범죄자처럼 체포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사정이 어떻든 경찰의 출석 통보를 수차례 무시한 것은 옳지 않고, 지지했던 책도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극단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왕의 가르침’은 전쟁 상황을 고려할 때 정도가 지나치고 끔찍하기까지 한 의미를 담고 있다. 리오는 결과적으로 이 부도덕한 책을 옹호하는 것이 성직자로서의 명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비꼬았다.
논란 덕분에 ‘왕의 가르침’은 오히려 판매가 늘었다. 저자인 랍비 샤피라에 따르면 리오의 체포 이후 책은 2천부가 더 팔렸다. 그는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
샤피라는 책의 내용 때문에 지난해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가 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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