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일행이 18일 베이징이 한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는 등 격의 없고 소탈하게 중국인들에게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18일 오후부터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 손녀 등을 대동한 바이든 부통령 일행 5명이 중국이 한 작은 분식점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단신들이 나돌았다.
바이든 일행의 식사장면을 목격한 중국인들은 바이든 부통령이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일행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리고 바이든이 ‘놀랍게도’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었다고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바이든 부통령 일행의 분식집 점심이 웨이보에서 화제가 되자 주중미국대사관은 웨이보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설명했다고 홍망(紅網) 등 중국 인터넷 매체들이 19일 전했다.
미 대사관은 웨이보를 통해 “바이든 부통령 일행 5명은 자장면 5그릇, 왕만두 10개, 오이 초무침, 감자채, 코카콜라 등을 먹었다. 음식값은 모두 79 위안(약 1만3천880 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정도의 비용이면 베이징에서도 소득이 중하층 수준의 서민들이 먹는 점심값 정도에 해당한다. 중국에서 고급식당의 경우 한 접시에 50위안 이하의 요리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웬만한 식당에서도 싼 요리가 20-30 위안에 달한다.
미 대사관은 또 “바이든은 음식값을 내면서 식당 주인에게 많은 불편을 끼쳤다고 말했으며 100 위안짜리 지폐로 계산하고 거스름돈은 팁으로 줬다”고 전했다.
바이든 일행은 일반 손님과 함께 식당 홀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으며 식당 손님 및 종업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네티즌들은 밝혔다.
바이든이 점심을 먹은 식당은 ‘야오지차오간뎬’(姚記炒肝店)으로 식당 주인인 예오옌(姚燕)은 바이든 일행이 오기 전에 미국 대사관직원 2명이 식당내부를 조사하고 갔다며 이들은 명함을 보여줬으며 식당 내부의 사진을 찍기도 했으나 바이든 일행이 올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본격적인 방중 일정을 시작한 첫날 자장면으로 점심식사를 한 것은 무엇보다 중국의 일반시민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서민들과 한데 어울림으로써 미국과 중국 양국의 관계가 친밀하고 우호적인 사이가 됐다는 점을 보여주고 미국 역시 이러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고위 공직자부터 솔선하겠다는 점을 최대 채권자인 중국에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미국이 부채위기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중국은 미국에 재정적자 축소 등 국채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채무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었다.
바이든 일행의 이번 1그릇당 9 위안(약 1천520원)짜리 자장면 식사는 채권국인 중국에 예산절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일행의 점심식사 장면을 담은 사진과 단신들은 웨이보에서 삽시간에 퍼져 2만 차례 이상 전송되고 답글은 1만건 이상 달렸다.
일단 바이든 부통령은 자장면 식사로 일단 중국인들의 관심과 호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앞서 바이든 부통령은 17일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미.중 친선농구장을 찾았으며 방중기간 청두(成都)의 쓰촨(四川)대학에서 대학생과 일반인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3년전 대지진으로 8만6천여명의 희생자를 냈던 원촨(汶川)을 찾는 등 중국인과 가깝게 다가서기 위한 행보를 계속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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