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달청 ‘호화판 워크숍’… 청장 등 수뇌부 3명 퇴출

美 조달청 ‘호화판 워크숍’… 청장 등 수뇌부 3명 퇴출

입력 2012-04-04 00:00
수정 2012-04-0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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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공무원 워크숍을 호화판으로 치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부처의 수뇌부가 줄줄이 옷을 벗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국민 혈세를 남용한 데 대한 추상같은 공직기강을 보여 주는 사례여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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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미 연방조달청(GSA) 마사 존슨 청장이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부청장 격인 스티븐 리즈 수석보좌관과 로버트 페크 공공건물부문 수석은 파면 조치됐다. 또 4명의 중견간부에 대해서도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특정 정부부처의 수뇌부에 대해 이처럼 무더기로 ‘철퇴’가 가해지기는 처음이다.

워싱턴 본부와 11개 지방청 등 미 전역에 1만 26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부처 GSA가 이렇게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1년 반 전에 치른 직원 워크숍에서 예산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GSA는 2010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외곽의 고급호텔에서 서부지역 GSA 직원 300명을 참석시킨 가운데 4일간 워크숍을 치르면서 총 82만 3000달러(약 9억 2340만원)를 썼다. 비용 내역에는 1인당 95달러(약 10만 7000원)짜리 만찬 외에도 준비팀이 사전답사 명목으로 현장을 무려 6차례나 방문하면서 쓴 항공료와 숙박료, 파티비용 등 13만 2000달러, 오락용 독심술사 초청비 3200달러, 기념주화 제작비 6325달러, 사회자용 턱시도 임대료 393달러, 팀워크 증진용 자전거 조립 훈련비 7만 5000달러 등 ‘황당한’ 항목들이 포함돼 있다.

GSA 내 감찰팀은 이 행사가 연방정부 워크숍 비용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을 포착하고 지난 1년여간 조사를 벌여 왔다. 제이컵 류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직전 조사내용을 보고받고 격노했다.”면서 “국민의 혈세를 남용하고 행사 계약자와 의심스러운 거래를 한 책임자들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존슨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직서에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점을 인정하면서 “심각한 실수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레그 메처 GSA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워크숍 준비 담당 직원과 행사 계약자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회계절차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존슨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댄 탱얼리니 재무부 관리담당 차관보를 후임 GSA 청장으로 지명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04-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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