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노린 연쇄살인…인종갈등 우려

美, 흑인 노린 연쇄살인…인종갈등 우려

입력 2012-04-09 00:00
수정 2012-04-0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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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서 잇따라 5명 총격 백인 용의자 2명 체포 수사 중

미국 오클라호마주 제2도시 털사에서 흑인 5명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을 숨지게 한 백인 용의자 2명이 8일(현지시간)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캐고 있다.

털사 경찰 대변인 제이슨 윌링햄은 “용의자 2명을 털사 북부의 한 주택에서 체포해 구속했다.”며 “이들은 1급 살인 3건, 살인기도 2건으로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의자는 제이크 잉글랜드(19)와 앨빈 와츠(32)라고 확인했다.

윌링햄은 “이들의 관계와 범행 동기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이들이 체포될 당시 무기소지 여부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체포하는 데는 익명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털사에서 흑인을 대상으로 한 범행은 지난 6일 5건이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흑인 거주자들이 공포에 떨었다. 이 사건으로 바비 클라크(54) 등 3명이 숨지고, 2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목격자들은 “범인은 흰색 픽업 트럭을 몰고 다니는 백인”이며 “길을 묻기 위해 픽업을 멈춰 세웠다가 총을 쐈다.”고 말했다. 털사 희생자들이 모두 흑인인데 총격을 당한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 플로리다주의 흑인 고교생 트레이번 마틴(19)과 시카고의 흑인 여성 레키아 보이드(22)가 각각 자경단과 경찰 총에 맞아 숨진 것과 맞물려 ‘인종 범죄’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바짝 긴장한 털사 경찰서장 스티브 오덤은 “경찰 경력 30년 동안 이렇게 좁은 지역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총격 사건이 일어난 건 처음”이라며 연방수사국(FBI)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 최대의 흑인 인권단체인 전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O) 털사 지회장 워런 블랙니 목사는 “흑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흑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흑인 사회 지도자들은 긴급 회동을 가진 뒤 이 사건이 인종 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미국 방송사 NBC 뉴스는 마틴을 총으로 살해한 자경단원 조지 지머맨(28)이 경찰과 한 통화 내용을 조작한 담당 PD를 해고했다. NBC 측은 지난달 27일 뉴스 프로그램인 ‘투데이’에서 지머맨이 경찰 상황실 직원과의 통화에서 “그 애는 못된 짓을 하는 애처럼 보인다.”는 통화에 이어 곧바로 “그애는 흑인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편집했다. 경찰이 그에게 “흑인, 백인 또는 히스패닉?”이라고 묻는 부분이 삭제된 채 “그애는 흑인으로 보인다.”는 통화 내용이 방송되면서 ‘인종 범죄’ 논란이 가중됐다고 AP가 전했다.

앞서 NBC 측은 “제작 과정에서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2012-04-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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