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군병사 오키나와 여성 성폭행에 ‘발칵’

日, 미군병사 오키나와 여성 성폭행에 ‘발칵’

입력 2012-10-17 00:00
수정 2012-10-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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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텐마 기지 이전·오스프리 운용에 ‘치명적 악재’

오키나와(沖繩)에서 미 해군 수병 2명이 일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오키나와현 경찰은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해군 수병 2명이 지난 16일 새벽 귀갓길의 성인 여성을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집단강간치상협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들 미군은 술에 취해 일을 끝내고 귀가 중이던 여성을 성폭행했으며, 여성의 목을 조른 흔적도 드러났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일본 정부가 미국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17일 오전 관저 출입 기자단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방위상은 “(미군 병사의 범죄는) 악질적이고 비열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아주 중대하고 심각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16일 밤 방문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사건이다. 엄정한 기강 확립과 재발 방지라는 말로 정리될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현 지사는 17일 오전 모리모토 방위상을 만나 미국 측에 엄정한 대처를 요구하도록 요청하는 한편, 주일 미 대사관을 방문해 존 루스 대사에게 “오키나와 현민은 미군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에 철저한 재발 방지를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고가 빈발하는 신형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의 오키나와 배치 강행으로 여론이 악화한 상황이어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루스 대사는 “미국 정부가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수사에 전면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루스 대사는 기자들에게 “오키나와 현민의 분노를 이해한다. 일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키나와에서는 1995년 발생한 미군 병사의 12세 소녀 성폭행 사건 당시 미군이 범인의 신병 인도를 거부해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이후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이전 요구가 본격화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오키나와에 있는 주일 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의 오키나와 내 이전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2010년 5월 소음과 사고 우려에 대한 주민 불만을 줄이기 위해 후텐마를 같은 오키나와 내 헤노코(邊野古)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현외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 반발에 직면해 이전 작업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주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었다.

나카이마 지사는 이날 사이토 쓰요시(齊藤勁) 관방 부장관과 회동에서 오키나와 미군 기지와 관련 “(정부는) 안전보장상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기지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이 동맹국의 군대인지 묻고 싶다”면서 “미군 병사가 법률을 지키려는 생각은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주민과 시민단체도 격앙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일본 내 모든 미군 기지를 즉시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하늘에는 신형수송기 오스프리가 날고, 땅에는 걸어 다니는 흉기(미군 병사)가 있다”면서 “현민은 어디로 걸어 다녀야 하느냐”고 분노를 쏟아냈다.

1995년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미군의 여성 성폭행 또는 강도, 살인 등 강력 사건은 11건이며, 이 가운데 이번 사건을 포함해 6건이 오키나와에서 일어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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