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뉴욕타임스 사이트 차단
서민적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원자바오(溫家寶·70) 중국 총리의 일가친척이 3조원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신문은 기업 공시와 규제당국의 자료를 인용, 1992~2012년 원 총리의 자녀, 동생, 처남, 어머니 등의 명의로 등록된 자산이 최소 27억 달러(약 2조9천567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원 총리가 권력 핵심에 있던 이 기간 원 총리 일가의 재산이 크게 늘었다면서 투자처는 은행, 귀금속, 리조트, 통신회사,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두루 걸쳐 있다고 소개했다.
원 총리의 어머니인 양즈윈(楊志雲·90)은 중국 핑안(平安)보험에 2007년 기준 1억2천만달러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즈윈은 원 총리의 고향 톈진(天津)에 등록된 지주회사 타이훙을 통해 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타이훙의 돤웨이훙 대표는 명의를 빌렸을 뿐이며 사실상 그 지분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총리의 부인인 장베이리(張培莉)의 친구인 그는 자신이 핑안보험에 투자할 때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친지들에게 자신을 대신해 이 주식을 보유할 사람을 찾도록 했다”면서 뉴욕타임스가 자료를 제시할 때까지 원 총리 어머니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장베이리의 경우 남편과 함께 나타나는 일이 거의 없어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 보석 업계에서는 ‘다이아몬드 퀸’으로 통하는 거물로 그가 부자라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장베이리가 보석업계에서 거둔 성공은 남편이 중국 지도부가 된 뒤에 벌어진 일이다.
중국에서 다이아몬드를 판매하려면 장베이리가 관리하는 국가 보석 실험센터에서 발급한 증명서와 자격증이 필요하다. 드비어스나 카르티에 같은 다이아몬드 업체의 임원들은 중국 다이아몬드 시장 진출을 위해 장베이리를 만나야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원 총리의 동생 원자훙(溫家宏)은 하수처리업체와 의료폐기물처리 업체를 운영하며 2억 달러 재산을 모았다. 그는 정부 계약에서 3천만달러 이상의 정부 계약을 수주하기도 했는데 이런 계약들은 대부분 2003년 원 총리가 의료폐기물 처리 규제 강화를 지시한 후에 이뤄졌다.
이밖에 외동아들인 원윈쑹(溫雲松)은 협상에 소질을 보였다.
그는 외국 유학을 마치고 2000년 중국에 돌아온 뒤 5년간 3개의 기술 기업을 세웠는데 이 중 2개는 아시아 최대 부자인 홍콩 재벌 리카싱 일가에게 팔렸다. 원윈쑹과 정기적으로 접촉했던 한 벤처 캐피탈리스트는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일을 성사시키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인인 양샤오멍은 뉴욕타임스와 전화 통화에서 “남편이 사업에서 불공정한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남편에 대해 나온 모든 글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들의 지분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친구와 직장 동료, 사업 파트너 등의 이름 뒤에 숨어 있으며 이들의 사업은 국영 기업의 재정적 뒷받침과 아시아 부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치분석가들은 그의 재임 시절 친지들이 부를 축적했다는 점은 원 총리가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권력에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원 총리의 지지자들은 원 총리가 일가친지들의 사업에서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심지어 해당 내용에 대해 몰랐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해당 보도가 나가자 중국은 뉴욕 타임스 웹사이트를 차단했다. 앞서 중국은 블룸버그 통신이 시진핑 일가가 3억7천600만달러의 재산을 축적했다고 보도하자 블룸버그 사이트를 차단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를 영문으로 먼저 보도한 뒤 곧바로 중문 사이트에도 번역본을 올렸다. 그러나 이미 중국 당국은 영문 사이트와 중문 사이트 모두를 완전히 차단한 상태였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중국에서는 현재 인터넷에서 뉴욕 타임스를 중국어로 검색하는 것도 차단돼 있으며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도 삭제됐다고 전했다.
또 BBC 방송 역시 뉴욕타임스 보도 내용을 전할 때 화면 송출이 일시 차단됐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