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강호 운반 무기, 북한이 쓰려던 것”

“청천강호 운반 무기, 북한이 쓰려던 것”

입력 2013-08-28 00:00
수정 2013-08-2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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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연구소 보고서 “포장상태 볼 때 수리반환품

파나마에 억류된 북한 선박 ‘청천강호’가 실은 전투기 등 무기는 쿠바 반송품이 아니라 실제 북한이 쓰려던 물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스웨덴 국제평화연구소(SIPRI) 연구진은 27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파나마 당국의 각종 보고서와 적재 무기의 실제 사진 등을 보면 이 화물은 유엔 대북제재 위반사항임이 명백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청천강호는 쿠바에서 출발해 북한으로 향하던 중 지난달 15일 파나마에서 미그 21 전투기와 미사일 부품 등 무기류를 몰래 실은 사실이 적발돼 억류됐다.

쿠바 정부는 이 무기가 북한에서 수리해 쿠바로 반환할 물품이었고 북한이 무기를 밀수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SIPRI는 무기의 포장·선적 상태를 보면 쿠바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북한 측은 미그기의 연약한 동체 꼬리는 충격 흡수재도 없이 배에 대충 실었다. 반대로 엔진은 따로 떼어내 종이·플라스틱 시트로 여러 겹 싸고 파손을 막고자 컨테이너 바닥에서 약 50㎝ 띄워 보관했다.

SIPRI는 이렇게 일관성 없는 보관 방식을 볼 때 미그기 화물이 수리 용도는 아니라고 봤다. 엔진을 대체 부품으로, 기체 꼬리는 예비용 부품으로 쓰려는 개연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또 로켓 유탄발사기(RPG)와 포탄도 사용 흔적이 없고 대다수가 원 제품 포장을 고스란히 갖춰 수리용 노후품으로 볼 수 없다고 SIPRI는 설명했다.

쿠바 정부가 해명에서 밝힌 무기 목록이 실제보다 축소됐다고 지적도 나왔다. 미사일·전투기 부품, 미그기 등의 존재만 공개하고 소형화기 탄환, 수류탄, 야시경, 대전차 포탄 같은 물품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어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SIPRI는 청천강호에서 발견된 미그 21이 북한의 김정은 체제의 공군력 강화 방침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그 21은 소련제 구형이지만 여전히 북한 공군의 주력 기체다.

실제 북한 공군의 총 책임자인 리병철 사령관은 여러 차례 러시아 등 외국을 찾아 전투기와 관련 부품 확보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 사령관은 지난달 북한 사절단의 일원으로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방문하기도 했다. SIPRI는 사절단이 쿠바에서 청천강호가 무기를 싣는 과정을 직접 봤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유엔은 지난 12일 파나마에 조사단을 급파해 대량살상무기 수입 등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북한이 어겼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유엔 조사단의 최종 조사결과는 내년에 공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무기 밀수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북한이 추가 제재를 받을지는 불명확하다는 분석도 있다. 소형화기는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 만큼 선적 무기의 성격을 어떻게 판정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자들은 곧 파나마에 구금 중인 북한 선박 청천강호 선원들을 면회할 예정이다. 선원들은 국가안보 위협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앞서 일부 외신은 파나마 정부가 북한 선원 전원을 한 달 안에 귀국 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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