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달라이 라마 만난다…中 “내정간섭” 강력반발

오바마, 달라이 라마 만난다…中 “내정간섭” 강력반발

입력 2014-02-21 00:00
수정 2014-02-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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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행보로 분석…백악관 “티베트 독립 지지 안해” 中 외교부 대변인 “中美관계 엄중 훼손” 경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

이에 대해 중국이 “거친 내정 간섭”이라며 엄중히 항의하면서 양국 관계가 당분간 갈등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틀린 헤이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0일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종교·문화 지도자라는 점에서 달라이 라마와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던 백악관은 이번 회동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다가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헤이든 대변인 명의의 성명으로 이를 확인했다.

헤이든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내 인권과 종교적 자유를 강하게 지지한다”며 중국 당국이 달라이 라마와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오바마 행정부가 재차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이든 대변인은 그러나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라고 인정하면서 “우리는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2010년과 2011년 달라이 라마와 만난 적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관저 1층의 맵룸(Map Room)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통상 외국 정상과는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회담해왔다.

중국은 이번 회동에 강력 반발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바마-달라이 라마 회동 관련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홈페이지에 ‘기자와의 문답’ 형식의 논평을 게재하고 “우리는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 이미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항의)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시짱(티베트)사무는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로 어떤 국가도 간섭할 권한이 없다”며 “미국 측이 지도자(오바마 대통령)와 달라이 라마의 회견을 마련한 것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며 국제관계의 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 회동에 대해 “중미관계를 엄중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는 “종교를 깃발로 내세워 장기간 반중 분열 활동을 하는 정치적 망명자”라고 비난했다.

화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이 중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처리해 즉각 미국 지도자의 달라이 라마 회견 계획을 취소하고, 달라이 라마가 미국 내에서 반중 분열활동을 하기 위한 편리와 토론장을 제공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방미 직전인 19일 공개된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 관한 질문을 받자 “용감하게 중국 부패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며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그는 시 주석의 언론 검열 제도를 “불신과 의심을 키우는 비현실적 조처”라고 성토했고 10억에 달하는 중국 빈민을 보호하려면 현 중국 정부가 사법 개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어 20일 보수성향 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를 방문해 중국에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덩샤오핑(鄧小平)을 “매우, 매우 현실적인 리더”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외교소식통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2년 반 만에 달라이 라마와 다시 회동하는 것을 놓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2기 출범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미·중 관계가 중국의 일방적인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재설정과 동·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영유권 분쟁 등으로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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