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달라이 라마 회동…중국 견제 제스처인가

오바마-달라이 라마 회동…중국 견제 제스처인가

입력 2014-02-21 00:00
수정 2014-02-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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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종교 억압’ 경고 메시지…양국관계 먹구름 불가피 “아시아 순방 앞두고 ‘재균형 전략’ 입지 다지기” 해석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전격 회동하기로 해 이에 반대하는 중국과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운 관계가 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그 어떤 국가든, 그리고 그 어떤 형식이든 달라이 라마와 정부 회담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내정 간섭이라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을 며칠 전에 예고하던 관행을 떠나 회동 하루 전날인 20일 오후까지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날 두 인사의 면담 계획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백악관은 케이틀린 헤이든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를 시인했다.

성명 내용을 보면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 측에 보내는 ‘성의’와 ‘경고’ 메시지가 동시에 들어 있다.

헤이든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일 오전 사저에서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종교·문화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날 예정”이라며 “둘은 2010년 2월과 2011년 7월에도 회동한 적이 있다. 또 지난 30년간 양당(민주·공화) 소속 대통령들도 백악관에서 달라이 라마와 회동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과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의 회동이 별로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통상 외국 정상 등을 접견하는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가 아닌 백악관 1층의 사적인 공간인 ‘맵룸’(Map Room)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날 것이라고 미리 알린 것도 이 점을 의식한 것이다.

헤이든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중국에 흡수되지도, 중국으로부터 독립하지도 않겠다는 달라이 라마의 ‘중도’(Middle Way) 정책을 지지한다. 미국은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인정하며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그러면서도 중국 측을 압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헤이든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에서의 인권과 종교 자유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그런 의미로 중국 내 티베트에서 긴장이 지속되고 인권 상황이 악화하는 점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긴장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중국 정부에 달라이 라마나 티베트 측과 조건 없는 대화를 재개할 것을 계속 촉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2년 반 만에 달라이 라마와 다시 회동하는 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계산된’ 외교적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정상회담 이후 가까워지는 듯하던 미·중 관계는 지난해 말 중국이 일방적으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재설정하고 남중국해에서 주변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다시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들 현안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강공’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도 그와 관련한 노림수라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과 달리 티베트 인권 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을 포함해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4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순방을 앞두고 달라이 라마와 전격 회동해 중국 측에 분명한 경고 또는 견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양국 관계에 더 짙은 먹구름이 끼더라도 이 지역에서의 입지를 다시 다지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어쨌거나 과거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 등이 겹쳤을 때 달라이 라마를 면담하고 중국이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하는 등의 조처를 한 전례로 볼 때 미·중 관계가 당분간 갈등 국면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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