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쑨원동상 철거’ 사건 계기로 이념 갈등

대만서 ‘쑨원동상 철거’ 사건 계기로 이념 갈등

입력 2014-02-24 00:00
수정 2014-02-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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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지지 세력, 양안관계 급물살에 경고 메시지 해석도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단체가 대만에서 ‘국부’(國父)로 불리는 쑨원(孫文)의 동상을 철거하는 사건이 발생해 집권 국민당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만수호국민투표연맹 소속 회원 30여 명은 22일 대만 남부 타이난(臺南)시 탕더장(湯德章) 기념공원에 서 있던 3m 높이의 쑨원 동상을 밧줄로 쓰러뜨렸다고 자유시보 등이 24일 전했다.

이들은 붉은색 페인트를 동상에 뿌리고 ‘중화민국은 떠나라, 국민당은 물러나라’는 의미가 담긴 글도 적었다.

쑨원은 신해혁명을 통해 1911년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대만의 공식 국호)을 건국한 인물이다.

대만에서는 17세기 중반부터 조기에 중국에서 대만에 이주, 정착한 ‘번성런’(本省人·본성인)과 1949년을 전후해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권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간 ‘와이성런’(外省人·외성인) 사이의 이념 갈등으로 쑨원에 대한 평가도 갈리고 있다.

국민당은 이번 사건을 역사에 대한 ‘폭력 테러’로 규정하고 동상의 즉각적인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국민당 지지자 100여 명은 23일 동상철거 현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현장을 보존하던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AFP 등 일부 외신은 이번 사건이 양안 화해 분위기 속에서도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대만 내에 남아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양안이 분단 이후 65년 만에 첫 장관급 회담을 여는 등 관계를 급진전시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만 내 독립 지지 세력이 경고의 신호를 보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대만에선 1947년 국민당 정권에 의한 토착민 학살사건인 2·28사건을 계기로 한 번성런과 와이성런 사이의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28사건은 타이베이에서 전매국 단속원들이 대만출신 밀수 담배 여성 판매상을 과잉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에 항의하는 대만인들을 향해 경찰이 발포하면서 촉발됐다.

이 사건은 당시 대만 전역으로 확대돼 토착민들이 관공서 등을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1만 8천∼2만 8천명이 사망했다. 대만은 2월 28일을 ‘평화의 날’로 지정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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